삼수이포로 오세요, 홍콩에서 즐기는 별미···볼거리도 쏠쏠
홍콩 지도를 펼치면 구룡반도의 깊숙한 북서쪽에 삼수이포가 있다. 홍콩을 제집처럼 오가며 센트럴의 골목 이름까지 외워버린 여행자라 해도, 삼수이포 풍경은 낯설게 느껴진다. 도심의 화려한 빛은 사라지고, 잿빛 건물들 아래로 보통사람들의 생활이 있다. 삼수이포는 관광객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지역이었다. 1950년대에는 홍콩으로 망명온 중국 난민들을 수용하던 판자촌, 홍콩 최초의 공공 임대 주택이 설립된 이후에는 서민들의 주거지이자 공업 단지로 역사를 이어왔다. 명품 매장이나 세련된 부티크 하나 없는 삼수이포가 주목 받기 시작한 건 젊은 예술가들 덕분이다. 버려진 공장을 개보수해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탈바꿈시킨 자키클럽 크리에티브 아트센터(JCCAC)가 출발이다.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학도가 삼수이포를 찾기 시작했고, 낡은 거리에는 새로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조촐한 동네 식당에서 출발해 미슐랭 원스타를 얻은 후 뉴욕까지 진출한 딤섬 가게 팀호완의 본점이 이곳에 있다. 이웃 동네를 산책하듯 걷다가 '셔터 아트 프로젝트'와 마주치면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들자. 문 닫은 상점들의 셔터 위로 젊은 작가들이 그린 벽화가 펼쳐진다. 선명한 색감과 재미있는 그림에 반했다면 친구와 함께 서로의 인생샷을 남겨보자.홍콩관광청이 명소를 추천했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들어선 예술 학교(SCAD) 팀호완의 이름은 이미 전설이 됐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14석 규모의 작은 가게에 불과했지만, 1년 후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하나를 얻었고 현재는 하와이와 뉴욕에도 매장을 열었다. 팀호완의 오너 셰프는 포시즌스 호텔의 광둥식 레스토랑 '렁킹힌'에서 솜씨를 쌓은 후 이곳을 만들었다. 현재 팀호완을 대표하는 본점이 삼수이포에 있다. 마흔 개가 넘는 지점들 중 오너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가게다. 25종의 딤섬 메뉴는 모두 저렴하고 맛있다. 새우 딤섬 하가우, 연잎 밥,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차슈바오가 가장 인기 높다. 특히 차슈바오는 반드시 맛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조리법과 달리 팀호완에서는 바삭바삭하다. 빵 안에 차슈를 넣었다. 빵의 식감과 달콤한 맛, 차슈의 짠맛이 입 안에서 환상적으로 섞인다. 홍콩에서 두부 푸딩은 컴포트 푸드다. 가난했던 60년대 사람들은 치즈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대신 시럽을 뿌린 두부로 일상의 위안을 얻었다.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그리운 맛이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얻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삼수이포의 '컹 와 빈커드 팩토리'는 4대째 운영하고 있는 두부 푸딩 가게다. 60년 전 창업자가 만든 레시피 그대로, 지금도 맷돌로 콩을 갈아 정성스럽게 두부를 만든다. 입 안에서 홀랑홀랑 녹아내리는 두부의 식감과 감미로운 생강 시럽은 그야말로 최고의 가성비다. ◇백종원이 반한 홍콩식 선술집 '오이만상' 도시에 밤이 찾아온다. 황혼마저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 거리의 분위기도 완전히 변한다. 삼수이포의 다이파이동 '오이만상'은 그제서야 손님들이 앉을 테이블과 의자를 꺼낸다. 다이파이동은 노천식당을 일컫는 광둥어다. 홍콩의 다이파이동은 저녁 무렵 상점들의 셔터가 닫히면 그 앞에 좌석을 펼쳐놓고 요리를 낸다. ◇망고 디저트의 천국 '룩 람 디저트' 열대과일 마니아라면 환호를 내지를 디저트 가게. 30년 전 오픈한 가게의 분위기는 낡고 평범하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는 홍콩식 망고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망고 주스와 포멜로를 끼얹은 망고 푸딩을 한 입 베어물면 새콤달콤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흘러넘친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달콤하게 졸인 팥과 타로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두부 푸딩도 인기가 높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