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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스타, 그 위대한 구심점에 대해···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등록 2019-02-25 06:25:00   최종수정 2019-03-04 10: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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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저, 정말 죽도록 달리겠습니다."

엄복동(1892~1951)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의 영웅이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기 위해 벌인 자전거 경주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1913년 4월13일 용산에서 열린 자전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이후 월등한 기량으로 15년간 우승깃발을 놓치지 않았다.

국권 상실의 시대, 그의 우승이 가져온 민족적 일체감과 자긍심은 대단했다. '자전차왕'라는 별명이 붙여졌으며, 스포츠 스타를 넘어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한국 최초의 비행사)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라는 노래가 유행했다.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대한사이클연맹은 1977년부터 1999년까지 '엄복동배 전국사이클경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조선인의 억눌린 가슴을 달래준 엄복동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났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순제작비 100억원, 총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영화 '사랑의 대화'(2013),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 등을 연출한 김유성(43) 감독의 신작이다. 가수 비(37·정지훈)가 타이틀롤을 맡고, 이범수(49)가 영화 제작자 겸 배우로 참여했다.

아는 사람이나 알던 엄복동의 삶이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엄복동이 자전거대회에 나가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이 촘촘히 그려진다. 물장수였던 '엄복동'(비)은 가족 생계를 위해 경성으로 떠난다. 우승상금을 받고자 일미상회 자전차 선수단에 가입한다.

일미상회 사장 '황재호'(이범수)는 애국단 출신이다. 독립을 간절히 바라지만, 일본군 한 명을 죽이는 것보다 조선인 한 명의 마음을 얻는 것이 독립의 진정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엄복동은 신인답지 않게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황재호의 눈에 띄게 된 엄복동은 자전차대회에 나간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일본의 최강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우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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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단 행동대원 '김형신'(강소라)은 아버지 친구인 황재호를 따르지만, 자전차대회 승리가 독립의 또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그의 생각에 의구심을 품는다. 하지만 엄복동의 무패행진에 힘을 얻는 민중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엄복동에게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줄 것을 부탁한다.

엄복동은 일본의 온갖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민중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자전차대회로 민족정신을 말살시키려던 일제의 계략까지 완전히 수포로 돌려버린다.

일제강점기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라면, 이 영화는 비교적 밝은 편이다. 엄복동이 순수하고 패기 넘치는 청년이기 때문이다. 그의 승리 소식은 빼앗긴 땅에 찾아온 유일한 희망이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자전거 경주 장면이다. 엄복동을 향한 민중의 뜨거운 함성이 절절하다. 독립을 향한 염원이다.

비는 그가 아니었으면 누가 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역할을 소화했다. 연기 열정과 집념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훈련부터 촬영까지 자전거로 달린 거리가 무려 지구 반 바퀴(2만㎞)다. 혼신을 다한 연기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범수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강소라(29)는 능숙한 액션신으로 제몫을 다했다. 이야기 전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박근형(79), 김희원(48)의 안정적인 연기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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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개봉했다. 엄복동이 중심인물이지만, 애국단의 투혼과 민중의 애환도 담겼다.

'국뽕'으로 불리는 과도한 애국주의를 탈피하고자 한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엄복동 개인이 아니라, 목숨 바쳐 싸웠던 독립투사에게 바치는 헌사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116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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