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학주 "섬뜩, 나도 몰랐던 눈빛과 표정이 나오더라"
배우 이학주(30)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왓칭'의 남자주인공이다. 영화는 회사 주차장에서 납치 당한 '영우'(강예원)가 자신을 조여오는 감시망을 피해 필사의 탈주를 감행하는 공포 스릴러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법한 '시선'의 공포를 다뤘다. 시선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편안하던 일상도 공포로 바뀌어버린다. 폐쇄회로(CC) TV의 역기능을 제대로 짚었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CCTV는 범죄 예방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CTV를 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된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픽션이니 CCTV를 당연히 신뢰한다. 하하."
"준호는 영우에게 감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지만,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주변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으로 봤다. 자존감이 이상한 쪽으로 높아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 '멜로를 찍겠다'고 하고 공포물을 만든다. 이런 길로 빠진 것은 자아정체성을 잃어버려서인 것 같다."
전에 없던 '악인'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하게 했다. 살벌한 악역을 연기한 후유증 때문일까, 밝은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멜로를 해보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따뜻한 캐릭터를 하고싶은 마음이 있다. 정상적인 감정이 있는 인물 말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낯을 좀 가리고 쑥스러움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금방 친해지고 활달해진다."
다수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김성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이 처음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았다. 나도 이렇게 비중있는 역할은 처음이다. 책임감이 큰 자리라서 두렵기도 했다. 감독과 하나하나 의논했고 사전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돌아보니 그런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감독이 '선한 인상에서도 날카로운 눈빛이 있는 게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눈빛에 많은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눈빛 연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이학주는 영화 '밥덩이'(감독 양익제·2012)로 데뷔했다. tvN 금토극 '오 나의 귀신님'에서 신순애(김슬기)의 철부지 남동생 '신경모'로 주목받았다. 드라마 '짝퉁패밀리'(2015) '38사기동대'(2016) '통 메모리즈'(2016) '웃음실격'(2016)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2019), 영화 '난 널 알아'(2013) '12번째 보조사제'(2014) '가을 우체국'(2017) '나를 기억해'(2018) '협상'(2018) '뺑반'(2019) 등에 출연했다. "원래 영화감독, PD가 꿈이었다. '배우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면서 연기에 흥미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촬영장에서 부담감은 어느 배우나 다 있을 것 같다. 그것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뿌듯하다. 모니터를 보고 '어떤 인물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굉장히 기분이 좋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싶을까.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호·1998)가 제일 감명깊게 본 영화다. 한석규 선배의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상대방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따스한 말을 건넨다. 나도 대중들에게 따뜻한 배우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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