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율성, 배우자 선택의 자유···'아름다움의 진화'
리처드 프럼 미국 예일대 조류학과 교수의 '아름다움의 진화'가 번역·출간됐다. 2018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프럼은 30여년 동안 현장을 답파하며 새의 생태를 관찰해왔다. "우리는 진짜 다윈을 모릅니다"라며 '성선택'이라는 다윈의 이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름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고 짚었다. "성적 강제와 물리적인 억압이 성행하던 시절에는 조류와 영장류를 불문하고 '아름다움'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이 성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비로소 아름다움에 의미가 생겼다. 이제 데이트 폭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바우어새 수컷은 암컷을 맞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무대를 꾸미고, 수컷들끼리 군무를 준비한다. 인간 또한 성별을 불문하고 서로의 마음에 들고자, 아름다움의 기준과 신체 자체를 진화시켜나가고 있다. 한 종 안에서 양성의 성적 자율성이 담보될 때, 배우자선택의 기준으로 남는 것은 결국 순수한 아름다움인 것이다." 프럼의 시선은 새들의 생태, 서식지, 구애행동만이 아니라 그들의 조상 이야기에까지 다다른다. 나아가 유인원, 인간 사회의 문화와 섹슈얼리티까지도 두루 섭렵한다. "평등한 몸집에 대한 여성의 선호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신체적 우위 감소'로 이어지며, 성적 강제를 비롯한 폭력에 저항할 기회를 향상시킨다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여성의 배우자선택을 통한 몸집의 이형성 감소는, 그와 관련된 남성의 행동 변화(특히 공격성 감소와 사회적 관용 증가)를 끌어낼 수 있다." "자신이 누리는 권력과 특권을 정당화하려는 듯, 가부장제의 옹호자들은 종종 페미니즘을 '권력 장악을 위한 이데올로기'로 매도한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의 삶을 조종하고, 그들의 자연발생적·생물학적 특권을 부인하며, 그들을 부차적인 지위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예컨대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한 법학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합법적 권리마저 '자신의 개인적인 성적 욕구를 타인에게 강요하려고 한다'라고 그릇되게 비판한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강간과 성범죄를 규정한 법령 중 대부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비판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개념과 생물학적·문화적 발생과정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양병찬 옮김, 592쪽, 2만5000원, 동아시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