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라미란 "액션? 아주머니가 막 뛰어다니는 것 같더라"
영화 '걸캅스' 주연
2일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예전과 다르긴 한 것 같다"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몇 년 전부터 주연 대본이 들어오긴 했는데 거절했다. 그런데 '걸캅스' 제작자와 계약한 게 있었다. 나의 첫 주연작을 자신이 꼭 하겠다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조연들은 매신에 올인한다. 조연 때와 똑같이 연기하겠다고 했는데, 모든 신에 최선을 다하려니 힘들었다. 중간에 지쳐서 주인공처럼 연기하겠다고 했다." 영화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2017)을 연출한 신예 정다원(34)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는 여자 형사들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제목을 정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이전에 영화 '투캅스'(감독 강우석·1993), 드라마 '미세스 캅'(SBS·2015) 등이 있었다. 너무 올드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걸캅스'가 입에 제일 잘 붙더라. 각인되기 쉬운 제목으로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민원실로 밀려난 꼴통형사 '조지혜'(이성경)와 성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다. 둘은 올케와 시누이 사이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성경(29)에 대해 "붙임성이 좋다.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로 느껴졌다"고 했다. "이성경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SBS·2014)에서 처음 봤다. 독특하고 매력있는 배우인데,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인상깊었다. 이성경이 나온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2018), 드라마 '역도 요정 김복주'(MBC·2016~2017)도 다 봤다. 여배우로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걸크러시 매력을 뽐낸다. 하지만 여성형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보니 일각에서는 남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렇게 보고싶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일 여지가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의도하고 찍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야기의 문제다. 어떻게 풀어가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뮤지컬에서 내공을 쌓은 라미란은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로 데뷔했다. 드라마 '패션왕'(2012) '더킹 투하츠'(2012) '수상한 가정부'(2013) '예쁘다! 오만복'(2014) '마녀의 연애'(2014)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2∼17(2013~2017·2019), 영화 '연애의 온도'(2013) '국제시장'(2014) '미쓰 와이프'(2015) '히말라야'(2015) '덕혜옹주'(2016) '내안의 그놈'(2019) 등에 출연했다. 라미란은 "가늘고 길게 가자는 게 목표였는데, 너무 유명해졌다"고 돌아봤다. "주연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나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일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높이 평가해줘서 감격스럽다. 작품이 잘 안 되면 불러주지 않을까봐 불안하기도 한다. 제2의 라미란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꿈이다." 롤모델은 배우 김혜자(78)다. "원래 롤모델이 없었는데 이번에 생겼다. 김혜자 선생님이 좋은 작품들을 선택하고 연기를 잘 해낸다. 너무 부럽다. 어느 포지션에도 갈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