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우식 "기생충, 시나리오 받기도 전에 캐스팅됐다"
최우식(29)은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52)와 부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전까지 송강호를 작품 외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 항상 영화로 많이 만났었다. 송강호가 선배로서 현장에 있는 게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서 현장에 있어서 너무 좋았다. 떨지않고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봉준호(50) 감독과 영화 '옥자'(2017)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옥자'에서 비정규직 트럭 운전사 '김군'을 연기했다. 분량과 대사는 적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봉 감독의 눈에도 그 모습이 들어왔던 것 같다. "영화 '옥자' 시사회가 끝나고 뒷풀이를 했다.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냐'고 했고 그 때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대화는 흔히 오가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지나고 '요즘에 뭐 준비하고 있는 거 있냐'고 물었는데 그 때 일이 없었다. '다음 작품을 위해서 몸을 좀 만들어서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기도 전에 '신작을 같이 하자'고 했다. 몸만 좀 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봉 감독의 제안이 믿겨지지 않았다. '옥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줬길래 나를 선택했을지 생각했다. 김군의 모습을 계속 떠올려봤다. 감독이 영화도 많이 보고, 배우들도 정말 많이 만난다. 분명 사람들을 눈여겨 봤을텐데 나에게 출연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 때는 작품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장르도 몰랐다. 내가 채찍보다는 당근이 많이 필요한 스타일이다. 감독이 당근을 많이 줘서 감사한 마음이다." "처음에 대본을 볼 때 내 이름만 본다. 내가 해야 할 대사가 어떤 톤을 갖고 있는지를 제일 궁금해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중요한 캐릭터였다. 그 다음에 읽는데 영화가 막 흔들리는 것이다. 운전수가 태우고 있는 승객들이 놀라게 급커브를 트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장르도 많은 것 같고 (극중 배역) 기우로서 보여질 수 있는 얼굴도 많은 것 같았다. 보여줄 수 있는 얼굴 색깔이 많아서 좋았다. 기분 좋은 상태도, 슬픈 것도 단계별로 많았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불타올랐다."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25일 막을 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대학입시에서 4번 실패한 것은 맞지만, 멍청한 친구는 아니다. 실전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부족해서 백수는 아니다. 실전에 약했다. 감독과 이야기할 때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원래 갖고 있는 것도 많고, 더 좋은 환경으로 가려고 노력도 많이 하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원래 기우만큼이나 긍정적인 성격이었는데, 배우 일을 하면서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원래 엄청 긍정적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걱정이 많아지게 됐다. 긍정적인 모습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노력은 많이 하는데 걱정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기우랑 나를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배우라는 일이 계획을 한다고 해서 진짜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기대했던 것만큼 안 나올 때도 있고 기대한 것보다 잘 나올 때도 있다. 항상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다가 지치는 때도 있다. 예전에는 그런 마음이 들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몰랐다. 하지만 요즘은 좀 알게 됐다. 쉴 때는 확실하게 쉬고 여행을 가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끼는 게 배우 일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모든 현장은 다 다르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다르다"고 돌아봤다. "'기생충'이 거의 끝나갈 때 쯤에 걱정이 많았다. 다음에 이런 현장을 느낄 수 있을지 그 걱정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사실 어떤 배우가 되고싶다는 목표보다는 그 과정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 내가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다. 재밌게 하고 싶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