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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가동중단 어떻게 봐야하나③]'조업정지' 처분은 탁상행정…협의체 구성해 대안부터 찾아야

등록 2019-06-06 11:11:00   최종수정 2019-06-17 09: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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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블리더 개방은 유럽·일본·중국 등 세계적으로 동일

조업 중단은 유례 없어…'지나친 기업 규제'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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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뉴시스】김석훈 기자 = 국립환경과학원은 21일 오전 드론을 띄워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3고로 브리더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의 농도를 측정했다. 오염도 측정은 지속가능한환경협의회, 영산강유역환경청, 전남도, 광양시, 광양경찰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2019.05.21. (사진=지가협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과 관련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조업정지 처분 전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찾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국이 해당 공정을 문제 삼아 조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례로 대체 기술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5일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고로를 두 달에 한번 꼴로 정비할 때 안전밸브인 블리더를 여는 방식은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의 모든 제철소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고로의 안전밸브 개방을 통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주변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이 미미하고, 현재까지 대체기술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도 회원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 업체와 동일한 절차로 정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로 상부에 가스 포집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안전성 문제 때문에 국내외 철강회사에서 설치한 전례가 없다.

철강업계를 대변하는 철강협회도 무조건 지금의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의 행정처분은 지나치며 현실화하면 철강업뿐 아니라 국내 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전날 '20회 철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해외의 주요 고로 엔지니어링사와 (고로의 안전밸브인) 고로 브리더 문제의 기술적 대안을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지금 상황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발맞춰 업계도 적극 동참하겠지만 조업정지 처분은 과도하고 부당하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고 보충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전날 "세계 철강협회와 고로사, 엔지니어사들과 고민을 해서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조업정지 후 재가동을 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방법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블리더는 설비 사고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안전장치용 밸브라는 점에서 지자체의 판단이 고로 설비를 모르는 안일한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여기에 오염 물질 배출량에 대해 확인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처분을 확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업 규제라고 지적한다.

 1시간씩 블리더를 열면 초반에 일산화탄소, 일산화질소, 분진 등이 배출되는데 업계는 미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런 논란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배출 가스의 정확한 성분과 농도에 대해 조사 중이다. 지난달 21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드론을 이용해 블리더 개방에 따른 배출가스 상황을 조사했는데 전남 광양제철소 인근 지역에서는 눈에 띌 만한 대기 질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성준 대한금속재료학회장은 "고로 블리더 개방은 전 세계 제철소에서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방식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며 "지자체의 행정처분은 현장과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구체적인 (오염물질 배출) 데이터 없이 처분을 확정하는 것은 상식적인 행정처분이 아니"라며 "국내 철강업계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만 과도하게 규제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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