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홍콩인 '범죄인 인도 반대' 서명운동…"악법 폐기"
"자국민 무시한 정부"…"악법 폐기 강력히 요구""관련 법안 통과된다면 차후 외국인까지 적용"일본인 서명자 "매우 끔직한 상황, 독립성 지켜"
이들은 15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동대문플라자 앞에서 '범죄인 인도법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검정색·흰색으로 복장을 통일한 이들은 당초 10여명에서 시작했으나 낮 12시께 4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한국어·영어·중국어 등으로 쓰인 입장문을 나눠주며 시민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 시민들이 중국으로 부당하게 송환될 수 있다"면서 "차후 외국인에게까지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까지 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인 인도법은 1948년 중영공동선언 이후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지난 9일 홍콩에서는 이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103만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자국민들의 거센 항의와 법안 철회 요구에도 홍콩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법안 2차 심의를 결정했다"며 "악법을 폐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명운동에 나선 직장인 채덕혜(32)씨는 "지난주 (홍콩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여했고 평화스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며 "그러나 수요일에 경찰들이 폭력적으로 대처해서 속상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채씨는 "범죄자 인도법으로 인권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홍콩에는 자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한 지 6년째 되는 대학생 임완산씨도 "당시 젊은 친구들이 대다수 시위에 참여했다"며 "민주에 대한 의식이 많이 깨우쳐지기도 했고 반대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삶이 변할지 걱정한 탓에 오늘 자리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임씨는 "뉴스를 통해 인권에 대한 문제를 많이 봐왔다"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범죄자들이 중국 법정에 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민주적이지 않는 절차 혹은 판결을 받아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재구(70)씨도 "자기들 마음대로 범죄인을 불러라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8시께까지 서명운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범죄인 인도 조약'이란 외국에서 그 국가의 법을 위반한 범죄인이 도망해 온 경우, 해당 국가 정부가 요청한다면 범죄인을 체포해 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조약이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서 주권을 반환하고 자치권을 획득한 후 범죄인 송환 국가를 일부 제한했다.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행정 수반 캐리 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이 법안은 홍콩으로 숨어든 범죄인을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 마카오 등의 요구에 따라 인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민사회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형사 용의자는 물론 정치범의 중국 인도가 현실화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일국양제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법 개정 반대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명이 참여했다. 이는 홍콩 전체 인구 744만명의 7분의1에 해당하는 수치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대 규모다. 홍콩에서는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협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