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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정석 "10m 넘는 곳에서 찍는데 아찔, 앞이 안 보인듯"

등록 2019-07-29 16:17:06   최종수정 2019-08-05 09: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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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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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인간의 의지와 운명 중 무엇이 더 강할까. 지금은 물론이고,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엑시트'는 사람의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하는 영화다.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상황이 그려진다.

배우 조정석(39)은 위급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용남'을 연기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류승완(46)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았다. "SBS TV 드라마 '질투의 화신'(2016) 촬영이 끝나고 시간이 짧게 있었다. 시력 수술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류승완 감독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내가 '시력 수술을 해서 책을 못 읽는다'고 했다. 감독이 '그 때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손에서 땀이 났다. 작은 소품들을 이용해서 탈출해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용남은 대학시절 산악부 활동 덕에 에이스로 통했으나 취업에 실패했다. 어머니 칠순잔치 때까지 번듯한 회사로 입사하길 꿈꿨지만, 최종 탈락소식을 접한다. 잔치가 무르익던 중 갑자기 도심 자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인다.

사실 용남은 취업에 실패하면서 늘 찬밥신세였다. 하지만 가족은 물론이고, 재난을 마주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뭔가 찌질한 구석이 있지만 공감이 갔다. 산악부 설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 재능을 정작 건물을 타고 올라가는 데 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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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은 액션과 코믹을 절묘하게 오가며 극을 이끈다. 스파이더맨 못지 않은 액션이 압권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무서워했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싶었는데, 끝까지 재밌었다. 항상 책임감을 갖고 연기에 임한다. 와이어에 매달려 있지만, 정말 높은 데에서 뛰어내리는 신은 너무 무서웠다. CG가 있어도 높이가 어느정도 있어야 풀샷으로 할 수 있다. 10m가 넘는 곳에서 찍는 데 아찔하더라. 그 때 앞이 안 보인 것 같다. 심경이 좀 복잡했다."

이상근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작업을 함께 하면서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다. 시나리오를 디테일하게 잘 풀어냈다."

'유독가스 재난'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내세웠다. 비장미가 넘치는 기존 재난물과는 결이 다르다.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지양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조정석이 작품에 매력을 느꼈던 지점도 이같은 이유다.

"뭔가 재밌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 영화로 내가 느낀 재미를 공유해보고 싶었다. 클리셰, 신파 등의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도 아니다. 단순하게 접근하면, 여름에는 시원해지고 싶다. 우리 영화는 재난영화인데 시원한 느낌이 있다. 아주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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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하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시절도 떠올리게 됐다. "클래식 기타를 하고싶어서 삼수를 했다. 친구들은 대학에 가서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게 부러웠다.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일 수 있지만, 내가 좀 낙천적이다.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TV에 언제 나오냐'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학교를 늦게 들어갔으니 말을 더 들은 것 같다. 한 귀로 듣고 흘린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하다보면 될 것 같다는 마음이다. 내가 악착같이 했던 것은 딱 하나다. 바로 연기다. 정말 열심히 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 당시에는 치기어린 열정이었다면, 지금은 숙성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하."

호흡을 맞춘 그룹 '소녀시대' 멤버 윤아(29·임윤아)에 대해서는 "영민하고 똑똑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제 후배들이 너무 많아졌다. 잘하는 친구인데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걸 어려워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연기는 결국 자기 것으로 풀어내야 한다. 윤아는 훌륭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굉장히 놀라웠다. 춤을 잘 춰서인지 운동신경도 좋다. '엑시트' 이후의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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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조정석은 '바람의 나라'(2006) '벽을 뚫는 남자'(2006) '헤드윅'(2006) '이블데드'(2008)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맡은 '납득이'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영화와 TV 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영화 '관상'(2013) '역린'(2014)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시간이탈자'(2016) '뺑반'(2019), 드라마 '더킹 투하츠'(2012) '최고다 이순신'(2013) '오 나의 귀신님'(2015) '투깝스'(2018) '녹두꽃'(2019) 등에 출연했다.

"공연으로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일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 일했다. 등록금을 마련해야 할 때는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보니 돈이라는 게 중요하긴 했다. 내가 하고자 한 것은 연기인데, 학비에 생활비까지 다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2005년 뮤지컬 '그리스'를 할 때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배우들은 더블캐스팅으로 왔다갔다 했는데, 나는 원캐스팅이었다. 9개월간 혼자서 하려니 체력적으로나 정신력으로 지쳤다. 내가 즐거워서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었다. 그걸 내가 잘 극복했던 것 같다. 돈을 받고 공연하는 만큼 프로페셔널한 자세여야 한다. 역할을 잘 연기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항상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은 코미디를 해도 이번에는 어떤 코미디일지,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아직 '인생 캐릭터'라는 말이 낯설다. 물론 대중들이 그렇게 말해주는 의도나 마음은 감사하고 고맙다.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욕심이 있다면 매 역할이 인생 캐릭터이길 바란다. 그만큼 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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