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배,난장판,사기꾼…" 트럼프, 인종차별 발언공세 왜?
2016년 대선 때 흑인표 지지표 표 8% 뿐2020년 대선 앞두고 백인지지층 집결 노리는 듯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14일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가 합의한 국경지대 긴급 예산 지원 법안을 비판한 민주당 소속 유색 여성 초선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에 가라'고 발언해 인종차별 주의자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가 겨냥한 민주당 유색 여성 초선의원 4인방은 히스패닉계 여성 의원 오카시오 코르테스, 첫 무슬림 여성 의원이자 미국 정치계에서 금기시하는 유대인 비판을 감행한 일한 오마, 팔레스타인 이민 가정 출신인 라시다 틀라입, 흑인인 아이아나 프레슬리다. 그는 당시 트위터에 "그들은 정부가 완전히 재앙적이고, 가장 부패했고 무능한 나라 출신"이라며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미국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해 공격적으로 지적한다.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서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부터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27일에는 흑인 중진의원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잔인한 불량배'로, 커밍스 의원의 지역구이자 흑인 거주지역인 볼티모어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하고 최악으로 운영되는 곳",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지칭해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29일에는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를 '사기꾼(con man)'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알은 사기꾼이자 말썽꾸러기로 항상 성공을 찾고 있다. 그는 백인과 경찰을 싫어한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사자와 야당, 해당 인종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이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문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반대그룹을 역으로 인종차별 주의자라고 비난하며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 유세 집회에서는 민주당 유색 여성 초선의원 4인방을 겨냥해 "분노로 가득 찬 극단주의자"라며 "지속적으로 우리나라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오마 의원을 향해 "그녀를 돌려보내라"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28일 커밍스 의원과 볼티모어시, 흑인사회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판을 받자 "인종차별주의자인 커밍스 의원이 자기 에너지를 자신의 선거구에 집중시켰다면 볼티모어는 더 빨리 개선됐을 것"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커밍스 의원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은 같은달 21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이 나라 좌파 민주당은 그들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간단하게 침묵시키기 위해 인종차별주의자 딱지를 사용해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거침없는 인종차별적 발언은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강화하고 문화적 변화를 싫어하는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선거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흑인과 라틴계, 아시아계 지지층은 극소수라 인종차별 공세로 잃을 표가 적다는 것이다.
결국 애초부터 트럼프 대통령 흑인 지지층이 극소수인 만큼, 인종공세로 인한 '이탈'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출구조사 결과 라틴계, 아시아계 유권자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 비율도 각각 28%, 27%에 불과했다. 반면 백인 유권자의 경우 2016년 대선 출구조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 비율은 57%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공세가 결국 주요 지지층에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은 같은달 29일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지층인 백인층을 결집하기 위해 외국인 혐오와 구식 인종차별주의를 꺼내들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2020 재선에서 패배할 것을 알고 있고 자신과 자신의 사업제국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퇴임 이후 기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최근 인종차별 발언의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같은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1970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과 미국 원주민, 아시아인, 무슬림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이어왔고,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민자와 무슬림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협함이 선거전의 핵심이자 당선의 원동력이었다고도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