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파국]역사·경제전쟁 장기화…안보협력·민간교류까지 전방위 확산
日 백색국가 제외 각의 결정, 한일관계 수교 이후 최악경제보복 넘어 안보협력 영향…지소미아 연장 거부 검토정부, 국제사회 상대 외교전 펼쳤지만 日 2차 보복 강행전문가들 "한국이 징용 해답 가져와도 안 받겠다는 태도""화이트리스트 철회 쉽지 않을 것, 징용 판결 압박 효과"
우리 정부의 거듭된 화이트리스트 철회 촉구에도 일본 정부가 2차 보복조치를 강행함으로써 한일 갈등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3분부터 각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 관리에서 우대하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도록 정령을 개정키로 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로 인해 우리나라는 관련 절차에 의거, 21일 후인 이달 하순 '화이트 국가'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단호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조치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은 단순 경제보복 양상을 넘어 동북아 패권이 걸린 안보협력, 민간교류까지 영향을 미쳐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본의 조치에 맞서 우리 정보는 북한 핵·미사일 정보 공유를 위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을 거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지소미아 파기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어려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를 하루 앞둔 지난 1일에도 일본의 강행 의지는 역력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태국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최종 담판을 가졌으나 일본 측은 확답을 주지 않고 양국 간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이날 오후에도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한일 갈등 국면의 중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한일 양국이 일종의 휴전협정인 '분쟁 중지 협정'을 맺고 협상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도 일본 정부는 지난 4일에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이어 이날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2차 보복을 강행하면서 한일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대화 의지나 화이트리스트 철회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어 한일 갈등 국면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오래 전부터 장기화를 각오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일본이 저강도 복합전술로 최소 올해 연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일본이 이렇게 나오면 더 힘들어진다. 일본은 현재 우리 정부가 어떠한 답을 가져와도 받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한일 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루비콘 강(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건넜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우리가 너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각의에서 결정됐다고 해서 당장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수출금지나 제한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징용판결에 대한 조치를 압박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