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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과 과로 사이에서, 의료계 민낯···사무엘 셈 '하우스 오브 갓'

등록 2019-09-10 19:04:27   최종수정 2019-09-23 09: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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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최상위권 이과생의 목표는 의예과가 많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직업 안정성과 사회적 지위, 소득 수준 등을 중시하는 학생이 늘어나서다.

그러나 의사는 인간에 대한 사랑·존중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업이다. 무엇보다 몸이 고된 일이다. 과로가 일상다반사이며, 환자에 의한 폭력·폭언에도 노출되어있다.

'하우스 오브 갓'은 의사에 대한 환상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소설이다. 엘리트 의사 사회의 모순이 담겼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로 30년간 재직한 사무엘 셈(본명 스테판 버그먼)이 자신의 경험을 녹여냈다.

미국 일류병원 '하우스 오브 갓'에 내과의 연수를 위해 인턴 5명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헌신과 과로 사이에서 신경안정제, 진료기록 날조 등 각자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나고자 분투한다. 이들은 과연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인턴인 로이 바슈의 눈을 통해 의료실습에 의한 심리적 고충과 병원 시스템의 비인간화가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태움, 의료 봉사자들의 인권, 의료 시스템의 부조리 등 우리가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들도 마주하게 된다.

출간 즉시 미국 의료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30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의대에서 훌륭한 의사가 되는 법 뿐만 아니라 좋은 인간이 되는 걸 배워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116호실 문 앞에 섰을 때 다시금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벽은 초록색 타일로 덮여 있었고, 스테인리스 장비에서 네온 등이 밝게 빛났다. 마치 무덤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하기는 가엾은 주검과 마주할 게 틀림없기 때문에 그런 기분을 느낄 만했다. 방 한가운데에 스트레치카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스트레치카 위에 애너 오가 누워 있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구부린 무릎 쪽으로 어깨를 바짝 굽히고 있어 베개를 베지 않은 뻣뻣한 머리가 허벅지에 닿은 것처럼 보였다. 옆에서 보면 W자 같았다. 혹시 죽은 건 아닐까? 나는 그녀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맥을 짚어보았다. 맥박이 뛰지 않았다. 심박동은? 없었다. 호흡은? 숨을 쉬지 않았다. 애너 오는 숨을 거두었다. 몸통 전체가 그녀의 매부리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환자가 죽은 사실에 안도했다.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감수를 맡은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학이 환자를 오히려 악화시키거나 병원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회의감은 현재에도 진행중인 이슈다. 이 책이 충만하게 읽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회성 옮김, 640쪽, 1만6000원,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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