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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후 파업' 이끄는 10대 소녀들…환경운동의 세대 변화

등록 2019-09-29 05:00:00   최종수정 2019-09-30 09: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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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투사' 툰베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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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AP/뉴시스】플래카드를 든 시위대원들이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 및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지킬 것을 촉구하는 '기후를 위한 세계 파업'(Global Strike 4 Climate)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음주 유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전세계에서 이같은 시위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2019.9.20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20일부터 27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이 전개돼 관심을 끈 가운데 10대 소녀들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적으로 150개국에서 4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100만명이 넘는 학생들도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변화 파업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한국 등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기후 파업에는 아마존 뿐만 아니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브랜드 가치가 큰 기업들의 직원들도 동참했다. 또 노조와 시민단체 교회와 같은 종교단체들도 행사에 동참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기후 파업 참여가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아이스크림 제조 회사인 벤 앤 제리스, 화장품 브랜드인 러쉬 코스메틱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기업 차원에서 시위를 지지했다.

이들 기업은 기후 파업 기간 상점 문을 닫거나 집회에 참여하려는 직원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특히 소녀들은 기후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환경 보호주의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번 행사도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끌었다.

▲소녀들이 '기후 파업' 전면에 나서

지난 20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기후 파업 시위에는 100개가 넘는 단체와 200여명이 참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4일 이 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의 68%가 여성 단체, 참가자의 58%가 여성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워싱턴 시위에서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위자 중 3분의 1을 넘었다. 이는 미국에서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율과 유사하다고 WP는 전했다.

시위에 참가했던 메릴랜드 대학 사회학자인 대나 피셔는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라는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청소년 기후변화 운동이 세대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환경 행동주의를 연구해온 피셔는 이날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며 이전에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피셔는 "그들은 어렸고, 다양했다. 그리고 시위에 참가했던 다수는 소녀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WP와 카이저 가족재단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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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스웨덴의 16세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툰베리는 기후변화 대책에 소극적인 세계 지도자들을 비난하면서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데 각국 정치지도자는 돈타령, 영구적 경제성장 타령만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빈말로 젊은 층의 꿈을 앗아가고 있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지도자들을 질타했다. 2019.09.24.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대 소녀들의 46%는 기후변화가 그들의 일상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반면 기후변화가 중요하다고 답한 10대 소년은 23%에 불과했다. 또 기후변화에 관한 학교 수업을 들었다고 답변한 흑인과 히스패닉 청소년은 백인 청소년보다 최소 2배가 많았다.

피셔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운동은 전통적으로 백인 남성들이 주도해왔다며 기후 파업에서의 여성 리더십은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2014년 발표된 '녹색 다양성 이니셔티브(Green Diversity Initiative)' 연구에서 비정부 환경단체나 재단에서 유색인종 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집계됐다. 이들 그룹에서 상위 직책의 30%는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2018년 조사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비정부 환경단체나 재단에서 여성이 고위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 이사회 구성에서의 비율은 40%로 집계됐다. 유색인종은 두 그룹에서 21%를 차지했다.

▲10대 환경운동가의 상징 그레타 툰베리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툰베리는 지난해 8월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한 달 넘게 이어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툰베리가 지난 20일 뉴욕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관련된 집회에 참가했을 때 군중들은 마치 록 콘서트에 온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또 수만명의 어린 학생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렸으며 툰베리가 무대에 올랐을 때 그녀의 이름을 연호했다.

툰베리는 지난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했다. 툰베리는 이날 툰베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며 쓴소리를 퍼부었다.

툰베리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대규모 멸종의 시작에 놓여있다. 사람들은 고통을 받고 있고,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 전체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 그런데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돈과 영구적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뿐"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14분만에 자리를 떴다.

툰베리는 이번 유엔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기 대신 18m 길이의 태양광 소형 요트를 타고 대서양 4500㎞를 횡단했다. 툰베리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있다.

툰베리는 지난 25일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 수상자로 선정됐다.
 
바른생활상 재단은 성명을 통해 "툰베리는 과학적 사실을 반영해 긴급 기후변화 조치에 대한 정치적 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증폭시켰다"며 "다가오는 기후 재앙을 참지 않겠다는 그녀의 결심은 수백만 명의 동료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즉각적인 기후 행동을 요구하도록 고무시켰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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