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산업/기업

[정의선의 공격경영③]고성능 'N'·모터스포츠 집중투자…유럽선전 일궈

등록 2019-09-30 11:02:00   최종수정 2019-10-07 09:18:57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열린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서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 TCR'과 출전 차량들이 경주하는 모습. (사진 = 현대차 제공)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실상 3세 경영에 들어간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고성능 N'의 약진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TCR 최상위 리그, WTCR 팀·드라이버 부문에서 챔피언을 차지했다. 올해 역시 TCR 유럽시리즈 챔피언 달성이 유력하다. TCR 아시아시리즈에서도 1, 2, 3위를 모두 휩쓸며 압도적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해도 대중차 중심의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고성능차 기술력을 과시하며 두각을 보일 것이라고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현대차는 최근 빠른 속도로 고성능차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판매 호조 역시 모터스포츠에서의 선전과 무관치 않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6.7% 점유율을 기록하며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현대차 'N'은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에 맞서 현대차가 내놓은 고성능 모델이다. 현대차 글로벌 R&D센터가 위치한 '남양'과 '뉘르부르크링'의 영문 머리글자(N)를 따서 'N'으로 이름 붙여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최근 수년간 '싸고 착한 차'라는 현대차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고성능 'N' 브랜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현대차는 2012년 12월 독일 알체나우에 현대모터스포츠 법인을 설립했고, 국내에서도 각 부서에 흩어져있던 고성능차 관련 부서들을 통합, 고성능차 개발에 몰두했다.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014년에는 남양연구소에 세계 최고수준의 최첨단 장비를 갖춘 R&H(Ride&Handling) 성능개발동을 완공했다. 급조타, 코너링, 험로주행 등 다양한 주행성능에서 서스펜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측정하는'다이나믹K&C' 등 투입된 장비 가격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13일(현지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v)에 위치한 리막 본사 사옥에서 3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리막의 마테 리막 CEO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05.14.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email protected]
정 부회장은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BMW 고성능차 부문에서 30년간 재직한 토마스 쉬미에라 고성능 사업부 부사장을 영입, 조직 내에서 힘을 실어줬고, 남양연구소 레이싱트랙에서 직접 차량을 몰며 신차 테스트를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2018'에서 기자들을 만나 "현대차에는 마차를 끄는 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싸우거나 잘 달리는 경주마도 필요하다"며 "고성능차는 사람들의 로망이고 여기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차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고성능차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차 'N'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 모빌리'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차는 6400만 유로(한화 약 854억원), 기아차는 1600만 유로(한화 약 213억원) 등 8000만 유로(한화 약 1067억원)를 리막에 투자했다.

정 부회장은 "리막은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업체로 고성능 차량에 대한 소비자 니즈 충족과 당사의 클린 모빌리티 전략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다양한 글로벌 제조사와도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해 당사와 다양한 업무 영역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리막은 고성능 하이퍼 전동형 시스템과 전기 스포츠카 분야의 독보적 강자다.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등으로 구성된 고성능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차량 제어와 응답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제어기술, 배터리 시스템 등 분야에서 비교 불가능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2016년 리막이 개발한 'C_One'은 400m 직선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경주인 드래그 레이싱에서 쟁쟁한 고성능 전기차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C_Two' 역시 1888마력의 가공할 출력을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를 단 1.85초 만에 주파하는 성능을 선보였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13일(현지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v)에 위치한 리막 본사 사옥에서 3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 두번째)이 리막의 작업 현장에서 마테 리막 CEO(왼쪽 네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19.05.14.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email protected]
현대·기아차는 리막과 협력해 2020년까지 N브랜드의 미드십 스포츠 콘셉트카의 전기차 버전과 별도의 수소전기차 모델 등 2개 차종에 대한 고성능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선보인다. 이후 고성능 전동차에 대한 양산 검토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상품본부장 부사장은 "현대·기아차는 단순히 잘 달리는 차를 넘어 모든 고객이 꿈꾸는 고성능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술력을 선도할 동력 성능 혁신을 통해 친환경차 대중화를 선도하고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에는 전기차레이스 도전을 선언했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헝가리에서 최초의 순수 전기레이스카 '벨로스터 N ETCR'의 첫 트랙테스트를 마쳤다. 벨로스터 N ETCR은 i20 WRC, i30 N TCR, 벨로스터 N TCR에 이은 현대모터스포츠의 네 번째 고성능차다.

독일 알체나우의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서 개발부터 제작이 모두 이뤄졌다. 차량 바닥 부분에 고전압 배터리팩을 적용, 낮은 무게중심과 안정적인 움직임을 확보했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N ETCR을 내년 'ETCR'경기에 투입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고성능 전기차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할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