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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일본판 조성진·콩쿠르 킬러···'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들

등록 2019-10-13 09:04:00   최종수정 2019-10-21 09: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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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제16회 대회

피아노 부문 2위 후지타 마오

바이올린 부문 1위 세르게이 도가딘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갈라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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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마오 ⓒEvgeny Evtykhov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리히터나 길레르스 같은 위대한 러시아 연주자들을 동경해왔어요. 자연스럽게 그들이 섰던 무대에 오르는 것을 꿈꾸게 됐죠.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우승자인 소콜로프와 플레트네프를 보며 콩쿠르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키웠습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세계를 무대로 연주하기를 원하는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입니다. 갈라 콘서트에서는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협연하게 돼 무척 영광이었습니다."(후지타 마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바이올린 콩쿠르 중 하나입니다. 바이올린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도 그렇지만 말이에요. 특히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있어 이 콩쿠르는 더더욱 일생에 가장 중요한 대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세르게이 도가딘)

올해 61주년을 맞이한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쇼팽,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국제 콩쿠르로 통한다. 1958년 출발, 4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역사를 자랑한다.

그간 반 클라이번, 블리디미르 아시케나지, 기돈 크레머, 다비드 게링가스, 다닐 트리포노프 등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우리나라 연주자로는 1974년 정명훈을 시작으로 백혜선, 임동혁, 박종민, 서선영, 손열음, 조성진, 클라라 주미 강, 김봄소리 등이 입상했다.

지난 6월 '제16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거나 입상한 이들의 갈라 콘서트가 1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끄는 연주자는 피아노 부문 2위 후지타 마오(21)와 바이올린 부문 1위 세르게이 도가딘(31)이다. 

◇후지타 마오, 일본 피아니스트계 신성

도쿄 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후지타 마오는 일본에서 급부상 중인 연주자다. 2017년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3개의 특별상과 더불어 1위를 하는 등 최근 두각을 나타냈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를 통해 e-메일 인터뷰한 후지타 마오는 겸손함도 갖췄다. 안타깝게 1위를 놓친 것이 아쉽지 않냐는 물음에 "결승에 진출했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2위까지 수상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고 했다.

"제게 매우 큰 영광을 안겨줬죠. 결승 무대에서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것은 저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했습니다. 조금은 더 잘 연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세 살 때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형을 따라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후지타 마오는 일본에서만 공부하며 실력을 키웠다. 물론 방학 때마다 해외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과 아카데미,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하며 유럽 소식에도 눈과 귀를 열어뒀다.

"요즈음은 도쿄음악대학에서 뛰어나고 존경할 만한 노지마 교수님께 배우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에 대한 조급함은 없습니다. 내년에 졸업하고 나면 유럽에서 공부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특히 콩쿠르 이후 급부상하며 '일본의 조성진'으로 불리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 중 한명으로 꼽고 있다. 지난 9월 조성진의 일본 리사이틀을 찾아가 연주를 듣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불리는지는 몰랐어요. 정말 영광인데요! 제가 일본에 있을 때나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갔을 때 조성진의 연주회에 자주 찾아갔습니다. 조성진의 완벽한 테크닉과 다부진 음악,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음색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그를 정말로 존경합니다. 한 번은 제가 쇼팽 소나타 3번을 연주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어요. 제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칭찬과 함께 핑거링(운지법)에 관해 몇 가지 조언을 해주며 직접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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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도가딘 ⓒEvgeny Evtykhov
◇도가딘, 10개 대회 휩쓴 '콩쿠르 킬러'

도가딘은 '콩쿠르 킬러'로 불린다.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콩쿠르에 출전해 10번 이상 입상했다. 굵직한 국제 콩쿠르만 해도 10개다.

도가딘은 e-메일 인터뷰에서 "콩쿠르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실 매니지먼트나 음반사들에 저를 어필하기 위함이에요. 이런 의미에서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가장 중요한 콩쿠르 중 하나겠지요. 여기에서 우승하면 연주자로서 출발점이 달라질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실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대한 도가딘의 애정은 대단하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당시 높은 성적이었고 1위 수상자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8년 만에 재도해 결국 우승까지 거머쥔 것이다.

"2011년도에 참가했을 때는 저는 스물두살의 매우 어린 연주자였습니다. 이 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에서만 음악을 공부했기 때문에 제가 가진 경험의 폭이 그렇게 크지 않기도 했고요. 여러 음악회 등의 무대에서 연주하기는 했지만 더 큰 경험을 원했었습니다. 그 사이에 유럽의 많은 명문 학교에서 막심 벤게로프, 미하엘라 마틴, 보리스 쿠시니어 등 뛰어난 스승에게 배우며 이번이 다시 한 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도전할 가장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서른살이 됐기 때문에 이 대회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죠."

전 대회의 경험을 밑바탕 삼아 우승을 거머쥘 것으로 기대를 했을까. "물론, 우승할지도 모르겠다고 개인적으로는 기대했지만, 콩쿠르라는 것이 복권처럼 기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라고 콩쿠르 킬러다운 초연함을 보였다.

"몇몇 참가자들은 제가 알지만, 그 외에 누가 올지, 그들이 얼마나 준비했을지,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다 달라지니까요. 기대하는 마음을 안고 열심히 준비했어요."

2년 전 서울과 대구에서 학생들을 위해서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는 도가딘 이번 한국 갈라 콘서트 이후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미국 투어에 이어 차이콥스키 콩쿠르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모스크바에서 공연한다. 12월에는 스위스, 러시아, 스페인에서도 공연한다. "물론 힘들지만,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하죠."

한편 이번 공연에는 후지타 마오, 도가딘 함께 첼로 부문 2위인 산티아고 카뇬 발렌시아가 출연한다. 첼로 부문 4위인 문태국은 특별출연한다. 2014년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아시아 최초로 우승한 연주자다.

이들은 지휘자 이이모리 노리치카가 이끄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함께 차이콥스키 곡들을 선보인다. 문태국은 페초 카프리치오소 B단조, 후지타 마오는 피아노 협주곡 1번 Bb단조, 발렌시아는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A장조, 도가딘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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