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③]"삼성물산, T313 시공 자체가 싱가포르 토목의 새 역사"
하천 2개 이설·하천 밑 미로같은 터널 구조물 시공…'물과의 전쟁' 계속악조건 속에도 고군분투…발주처, 삼성물산 우수한 '시공·기술력' 인정고난이도 현장 어벤저스 토목 전문가 모여…삼성물산 성공 DNA '우뚝'
【싱가포르=뉴시스】박성환 기자 = "하천 아래 있는 땅 속에 터널을 뚫다보니 T313 공사 현장은 늘 '물과의 전쟁'입니다." 지난 10일 싱가포르 동남부 시린지역(Xilin Avenue) '톰슨이스트-코스트라인 T313' 공사 현장에서 만난 삼성물산 문장수(53) 수석은 복잡한 설계 도면을 펼치며 이곳을 이렇게 소개했다. 펼쳐진 설계 도면은 미로를 방불케 했다. T313은 싱가포르 동남부 시린지역에 1200m의 지하터널과 정거장 1개소를 건설하는 현장이다. 동서·남북으로 흐르는 2개 하천을 이설하고, 8개 노선이 지나가는 복잡한 구조로 설계된 터널 구조물을 하천 아래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건설해야 하는 고난이도 현장이다. '시공 자체가 싱가포르 토목의 새 역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장수 수석은 "일반 지하철 현장은 역사 하나에 한 구간이나 두 구간의 평행한 터널을 짓지만, T313 현장은 구간 마다 똑같은 단면의 터널이 없고, 8개 터널을 뚫어야 하는 구간도 있을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설계돼 있어 뛰어난 시공 능력이 없다면 엄두도 못 낸다"며 "하천을 수차례 이설하고, 하천 밑으로 지하 터널 구조물까지 완성해야 하는 등 시공 여건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문 수석의 말마따나 공사 현장 안으로 들어서자, 지하 터널 공사를 위해 이설해 놓은 하천 물줄기를 따라 현장 인력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또 공사 자재를 실은 트럭과 건설 중장비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36도가 넘는 기온에 숨이 턱턱 막히고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삼성물산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형광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현지 직원들과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상용 삼성물산 공무팀장은 이설된 하천을 가리키며 "T313 현장은 물을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은 고도의 기술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세계 유수 건설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고난이도 현장을 지키기 위해 내로라하는 토목 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았다. 28년 전 삼성물산에 입사해 굵직한 해외 현장을 두루 거친 문 수석을 필두로, 자타공인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현장통'들로 구성된 이른바 '어벤저스급' 라인업을 구축했다. 문 수석은 "T313 현장은 워낙 까다롭고 고난이도 기술력이 필요한 현장이자 삼성물산의 특화된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도전의 장"이라며 "현장에 파견된 인력들 가운데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에번저스급 직원들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이 싱가포르에서 명실상부한 건설 명가(名家)로 도약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들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안전관리로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T313 현장은 발주처인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주관한 '2019 LTA ASAC' 시상식에서 7000만 인시를 달성해 '무사고 인정상(Accident free recognition award)'을 수상했다.
이들은 내달 또 한 번의 '물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남북으로 흐리는 하천 수로를 도넛모양으로 양 갈래로 나눠 이설하고, 지하철 라인을 뚫은 뒤 다시 되돌리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터널 구조물이 싱가포르 국민 3분의 2가 사용하는 DTSS(오수) 터널과 50m 폭의 하천 사이를 지나감에 따라 고도의 정밀 시공이 필요하다. 또 하부에 위치한 직경 6m의 오수터널 최대 변위를 15㎜ 내로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문 수석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현장일수록 삼성물산 특유의 성공 DNA가 빛을 발한다"며 "T313 현장 식구들과 늘 대화하고 소통하며 싱가포르 건설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싶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