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입개편 국가교육회의·교육부 패싱 논란 '일파만파'
국가교육회의 의장 기조연설서 정시확대 설명 생략교육부 고위간부 "시정연설 보고 알았다" 당황 기색교육현장·대학 반발 기류…"지지율 때문에 밀어붙여"
교육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권과 당파를 넘어선 교육정책을 만들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이미 있는 교육부와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정시 확대를 언급한 것은 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개막식에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미래교육체제 예시를 들면서 중·장기 대입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생략했다. 그러나 자료집에는 제안이 미처 수정되지 못한 채 인쇄·배부됐다. 중학교 졸업 시기에 일종의 대입자격고사를 치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교학점제를 통해 자격을 갖추고, 대입에는 논술형·서술형을 포함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도록 하자는 방안이 골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백범 차관에 이어 교육부 내 서열 3위인 서유미 차관보도 같은 날 별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당·정·청의 정시확대 방침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당황해하며 "시정연설을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직제상 사회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대입제도는 직접적인 소관은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대통령 시정연설을 사전에 부처와 협의해서 공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현장의 반발은 거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교육과정 파행이 우려된다"며 정시확대를 강하게 반대했다.
서울지역 한 대학 보직교수는 24일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교육부가 서울·수도권 일부 대학의 정시모집을 확대한다는데 과연 어떤 기준으로 강제할 수 있겠느냐"면서 "근거가 부실하다면 이번 만큼은 대학들도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시 확대를 요구해온 '공정사회를 위한 시민모임'도 청와대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교육부가 정시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가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정시 확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선 "학생과 학부모들은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고등학생들의 의견도 둘로 쪼개졌다. 정시모집이 실력을 입증하는 만큼 공정성이 높다는 학생들과 정시모집은 저소득층과 지방 학생들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학생들 입에서는 교육정책 변화에 따라 중학교 1~2학년 때 자유학기제 수업, 고교에서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 교육을 받은 현 고1에게 정시 확대를 적용하는 것이 정책 엇박자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23일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특별세션으로 진행된 '2030 미래교육 시민원탁토론회'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입시 위주 교육에서는 자치역량을 기를 수 없다"며 경쟁위주 입시제도와 정시 확대를 미래교육의 걸림돌로 꼽았다. 반면 같은 날 "대치동 10분 거리에 사는 현 고3"이라 밝힌 트위터 아이디 @tpwn***는 "서울애들만 대학에 몰리는 건 더 공부를 잘하고 능력이 좋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수시로 좋은 대학 가는 애들 수준 안 맞아서 대학 공부 못 따라간다"는 글을 썼다가 다른 학생 이용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교육계 한 인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논해야 할 교육정책이 이미 과거형 교육을 받은 어른들의 이해관계 싸움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교육에 대한 정치적 입김을 줄이자고 해놓고 정작 지지율 때문에 청와대가 무리수를 뒀다는 추측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입시전형 비율만 건드렸다가는 국민 분열만 커진다"면서 "유럽 선진국처럼 대학 입학보다 졸업을 어렵게 만들거나 국·공립대 집중 육성 등 대학서열과 입시경쟁을 획기적으로 낮출 만한 중장기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