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삼국시대①] KT 독주에서 통신 3강 체제로…미디어 빅뱅 신호탄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케이블TV 2위사)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케이블TV 1위사) 인수를 승인했다. 정부 인수·합병(M&A) 허가 절차에서 가장 높은 관문인 공정위 심사를 통과하자 향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남은 절차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로 나뉘어 '1강 4중' 체제였던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주도하는 통신 3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미디어 시장의 국경이 사라지는 시점에서 이를 신호탄으로 통신사와 콘텐츠사 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리라는 시각도 나온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CJ헬로 인수 절차는 연말에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건임에 따라 추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사만 통과하면 사업 개시에 나설 수 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합병 건으로 과기부 심사는 물론 방통위 동의도 받아야 한다. 또 주주총회도 통과해야 하는 만큼 합병일은 내년 3월 1일로 SK텔레콤은 예상했다. 유료방송시장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KT가 점유율 31.5%(KT스카이라이프 포함)로 압도적인 1위이다. 이어 ▲2위 SK브로드밴드 14.4% ▲3위 CJ헬로 12.1% ▲4위 LG유플러스 11.9% ▲5위 티브로드 9.9% ▲6위 딜라이브 6.5% 등의 구조이다. 1위 KT와 나머지 업체 간의 점유율 격차가 컸다. 하지만 정부 M&A 절차가 마무리돼 케이블TV 1, 2위 업체가 모두 통신사 지붕 아래 합쳐지면 CJ헬로를 품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26.3%로 뛰며 1위를 바짝 뒤좇는 2위 사업자가 된다. 또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쳐지면 점유율 24.3%의 3위 사업자로 부상한다. 앞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 자본력이 월등한 통신 3사 간의 경쟁이 이뤄지면 콘텐츠와 서비스 투자가 늘어 소비자들이 더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 나아가 통신과 방송의 경계가 무너지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통신 3사가 이번 M&A를 통해 덩치를 키울뿐 아니라 경쟁력을 높여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기업(OTT)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신사의 케이블TV 사 인수를 시작으로 향후 유료방송시장의 M&A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KT가 서울 지역 최대 케이블TV 기업인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정책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유료방송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한 사업자의 점유율이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합산규제'가 작년 6월 일몰됐으나 국회가 여전히 재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점유율은 38.0%가 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하루빨리 합산규제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세계적으로 미디어 시장의 국경이 사라짐에 따라 통신사와 미디어 그룹간 빅딜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2위 통신사인 AT&T가 3대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를 사들이고,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CBS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또한 안방도 글로벌 IT 기업에 점령당한 상황이다. 미디어 소비 중심축이 'TV'에서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국내 이용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특히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오래 상용하는 앱이 된 지 오래다. 또한 국내 통신, 콘텐츠 기업의 규모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에 크게 못 미친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MB 등 9개 개별 SO도 M&A 대열에 합류하며 유료방송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법과 제도적인 문제 등이 갈피를 잡으면 규모의 경제 효과 차원에서 통신사가 추가로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