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1호부터 대박까지' 메이저리그 FA 파헤치기
6시즌 채우면 FA 권리 얻어첫 FA 계약은 1974년 캣피시 헌터2019년, 브라이스 하퍼에서 게릿 콜까지 역대 최대 계약 이어져
이번 겨울은 그 꽃이 더 화려하게 피고 있다. FA 최대어들이 기록적인 몸값을 받고 빠르게 팀을 찾아가면서, FA시장도 달아올랐다. 그러나 처음부터 선수들이 FA 권리를 누릴 수 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FA 제도가 시행됐고, 이후 FA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금의 대박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MLB FA 제도는 FA는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선수 혹은 그 제도를 말한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으려면 25인 로스터에, 한 시즌 172일이상 등록돼 총 6년의 서비스 타임을 채워야 한다. 메이저리그 FA시장은 월드시리즈 종료 다음날부터 문을 연다. FA 자격을 갖춘 선수들은 5일간 원소속팀과 우선 협상을 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모든 팀과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 FA 재취득 기한은 없다. 한 번 FA가 된 선수는 계약이 종료되면 다시 FA가 된다. 과거 메이저리그는 FA 등급제를 실시했다. 엘리아스 스포츠뷰로의 성적 평가에 따라 선수들의 상위 20%에는 A등급, 차상위 20%에는 B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특정 업체인 엘리아스 스포츠뷰로가 평가한 선수의 등급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2012년부터 퀄리파잉오퍼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퀄리파잉오퍼는 구단이 FA 자격을 얻은 선수에게 제시하는 1년 계약안이다.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평균금액을 연봉으로 한다. 선수가 퀄리파잉오퍼를 받아들이고 팀에 남으면 1년 뒤, FA 자격을 재취득하게 된다. 선수가 이를 거부하고 시장으로 나갈 때는 구단이 드래프트 지명권을 보상으로 받는다. 류현진도 2018시즌을 마친 뒤 LA 다저스가 제안한 퀄리파잉오퍼를 수락, FA 재수를 택한 바 있다. 올해 연봉 1790만달러를 받은 류현진은 2019시즌을 마친 뒤 다시 FA 자격을 얻었다. 대신 퀄리파잉오퍼는 한 번만 제시할 수 있다. ◇커트 플러드의 투쟁 메이저리그의 FA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커트 플러드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구단이 선수에 대한 권리를 갖는 보류 조항이 있었다. 선수는 구단이 트레이드, 방출을 하지 않는 이상 처음 계약을 맺은 팀에서만 뛰어야 했다. 당연히 선수의 자유 이적도 금지됐다. 플러드는 "비인간적인 처사"라며 소송에 나섰다. 결과는 플러드의 패소였다. 현역 선수들은 구단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플러드의 편을 들지 않았다. 1972년 연방대법원은 사무국의 손을 들어줬다. 1970시즌을 통째로 날린 플러드는 1971시즌 13경기만 뛰고 은퇴했다. 하지만 플러드의 외로운 싸움은 중요한 한 걸음이 됐다. 이후 앤디 매서스미스와 데이브 맥널리는 보류조항이 지속된다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마빈 밀러 선수노조 위원장은 플러드의 예를 들어 불합리한 법을 바꾸는데 앞장섰다. 그 결과 1976년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을 뛴 선수는 자유롭게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 ◇ 헌터부터 하퍼까지 사상 첫 FA 선수는 캣피시 헌터다. 헌터는 FA 제도가 공식적으로 시행되기 전인 1974년 12월 31일(현지 시간), 뉴욕 양키스와 5년 375만달러의 계약을 맺고 역사상 첫 FA로 남게됐다.
이후 FA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투수 놀란 라이언은 1979년 말 휴스턴과 4년 450만달러에 사인했다. 이 계약으로 FA 사상 가장 먼저 연봉 100만달러를 돌파한 선수가 됐다. 이듬해 외야수 데이브 윈필드는 10년 2300만달러의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 역대 최초의 FA 1000만달러 계약이다. 양키스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처음부터 윈필드를 이렇게 비싼 가격에 잡으려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계약기간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보장해준다는 '엘리베이터 조항'을 계약 내용에 넣으면서 연봉이 더 오를 수밖에 없었다. 스타인브레너는 16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예상했다고 알려졌다. 외야수 알버트 벨은 1996년 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5년 5500만달러에 계약, FA 연봉 1000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FA 계약은 계속해서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투수 케빈 브라운은 1998년 12월, LA 다저스와 7년 1억50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FA 최초 1억달러 계약 돌파였다.
당시 계약 조건에는 2007시즌 후 FA를 선언할 수 있다는 옵트아웃(계약기간 중 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2008시즌을 앞두고 옵트아웃을 실행, 양키스와 10년 2억7500만달러의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2019년, 또 한 번 FA 역사가 요동쳤다. 지난 2월 중순 내야수 매니 마차도는 10년 3억달러에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FA 사상 첫 3억달러 사나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가장 비싼 마차도의 몸값 기록은 오래가지 않았다.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가 필라델피아와 13년간 3억3000만달러(3873억원)의 계약에 성공하면서 역대 FA 최고 금액을 곧바로 갈아치웠다. 이번 겨울도 FA들의 몸값은 심상치 않다.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워싱턴과 7년 2억4500만달러(2878억원)에 재계약했다. 연평균 3500만달러로 역대 FA 계약 연평균 최고액이었다. 하루 뒤에는 게릿 콜이 뉴욕 양키스와 9년 3억2400만달러(3806억원)에 입단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퍼에 이어 역대 FA 2위에 오르는 초대형 규모다. 연평균으로는 ML 역대 1위(3600만달러)다.
한국인 최초의 빅리그 FA 계약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박찬호는 2001년 텍사스와 5년 6500만달러(763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박찬호에게 텍사스의 기억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뛰는 동안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로 부진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텍사스)는 2014년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달러(1527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FA 1억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이제는 류현진의 시간이다. 2013년 빅리그 데뷔 후 올해까지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류현진은 처음으로 시장 평가를 받는다. 류현진은 2019시즌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수확,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현지 매체에서는 원 소속팀인 LA다저스를 포함해 미네소타, 토론토, LA 에인절스, 세인트루이스 등이 류현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스잘알은 '스포츠 잘 알고봅시다'의 줄임말로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와 함께 어려운 스포츠 용어, 규칙 등을 쉽게 풀어주는 뉴시스 스포츠부의 연재 기사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