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블랙코미디·대중성·아카데미 변화' 3가지 통했다
영화전문가, 작품상 각본상등 수상 요인 분석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까지 거머쥐며 4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은 세계 각종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일찌감치 아카데미 6개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결국 이변을 일으켰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국제영화상·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101년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이자,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백인들의 잔치'라는 오명을 받던 아카데미는 '기생충으로 변화를 택했다'며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특히 외국어 영화로 '기생충'이 작품상을 최초로 받아, 아카데미 최초의 기록을 갈아엎었다. 영화 '기생충'이 세계를 관통시킨 힘은 무엇일까? 영화 전문가들은 '기생충'의 수상 요인을 '블랙코미디 메시지', '대중성', '아카데미 변화'라는 세개의 키워드로 압축했다. ◇ 보편적이면서 뚜렷한 메시지 '기생충'이 지난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많은 외신들과 전문가들은 그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기생충'의 메시지가 또 다시 부각됐다. 이들이 말하는 '기생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인 계층 갈등을 위트있게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 시상 당시 "우리 모두는 이 영화가 우리를 다양한 장르로 데려가는 기대치 못한 방식, 재치있고 웃기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일러주는 방식의 신비로움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기생충'을 "'기생충'은 사회 계층 간의 역학 관계를 탐구하는 블랙 코미디 스릴러"로 평가했으며, 대표적인 미 연예매체 버리이어티는 "미묘하고, 격론을 부를 (사회)정치적 영화"라고 칭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이 지닌 메시지의 힘을 이번 영화제 최대 라이벌로 꼽힌 '1917'과 비교했다. 그는 "'1917'은 헐리우드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지만 문제는 메시지가 없다. 할리우드 입장에서는 그런 게 식상하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와 달리 '기생충'은 메시지가 있다. 계급문제 등이 영화에 담겨 있는데 초반에는 코믹하고 후반에는 잔혹하다"고 '기생충'을 평가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장르의 문법 안에 잘 녹여 넣었다"고 말했다. ◇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화 '기생충'이 콧대 높은 아카데미의 벽을 뚫은 또 하나의 요인은 '대중성'에서 찾을 수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럽의 3대 영화제인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에 비해 대중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4관왕에 오른 주 요인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꼽았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인 '기생충'을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어느 가족'과 비교했다. 그는 "고래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가족' 같은 경우 대중성은 전혀 없다. (칸 영화제는) 흥행과는 무관하게 잘 만든 작품에 상을 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은 미국 관객들이 재미있게 봤다. 장르 영화지만 결말이 뻔하지 않다. 예측불허의 결말에서 새로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성을 추구하는 아카데미의 성격을 짚었다. 정덕현 평론가는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는 대중성을 추구한다"며 "봉 감독은 대중성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 작품성을 일관되게 추구했다"고 높이 평가하며, 이를 통해 한국영화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영화가 고민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영화는 '작품성 있는 영화'와 '대중성있는 영화'로 양분돼 있다. 봉 감독을 통해 '작품이 좋으면서도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오스카의 변화 노력 영화 '기생충' 4관왕의 마지막 요인은 오스카의 변화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랫동안 '백인 남성의 축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영화제에서 흑인, 아시아인 등 유색인종의 활약이 없다는 점과 여성 영화인들, 특히 여성 감독들이 소외받는 점 등으로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 비판의 수용으로 아카데미는 2010년 최초로 여성 감독인 캐서린 비글로('허트 로커')에 감독상을 안겼으며, 2014년에는 최초로 흑인 감독이 만든 영화 '노예 12년'(감독 스티븐 매퀸)에 작품상을 시상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원래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기생충'에 작용을 했고, 투표하는 사람들도 그런 시대적인 흐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손희정 평론가는 "4관왕까지 예상한 사람을 많이 없었을 것 같다"며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할리우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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