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신세계] '언택트 시장' 선점하라…직원 뽑고 투자 늘리는 美·中 기업
중국 원격근무 시장 확대에 알리바바 딩톡 인원 확충온라인 교육 서비스 기업 위안투다오 10억 달러 투자아마존 직원 17만5천명 충원 계획…주가도 사상 최고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전염병과 같은 전 지구적 재난이 때로는 기업에게 기회를 주기도 한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이 급성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는 국내 기업인 쿠팡이 부상하기도 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과거 전염병보다 높은 수준의 방역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들어 '언택트(untact·비대면)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택트는 부정을 의미하는 접두사 '언'(un)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를 합친 신조어다. 글로벌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 '언택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21일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얼마 전 알리바바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딩톡은 약 1000명의 직원을 추가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 관련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의 원격근무 이용률이 2018년(0.6%)보다 3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의 경우 딩톡을 통해 하루 최대 1억 명 이상이 2000만 건의 화상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언택트 시장'은 이런 원격근무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 원격지료, 신선식품 구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퍼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 교육 서비스 기업인 위안푸다오(猿輔導)는 지난달 말 약 10억 달러의 투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나는 온라인 교육 수요를 잡기 위해 관련 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생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강의 첫날 500만 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교육 서비스 기업인 신동방도 지난 1월 말부터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이를 통해 약 97만 명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텐센트, 징둥닷컴, 알리바바 등 주요 플랫폼을 중심으로 춘절 연휴 매출이 예년보다 3~4배 이상 늘어났다"며 "온라인 플랫폼이 외식과 오프라인 매장 쇼핑을 대체하는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기업들도 이를 적극 활용해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축인 미국에서도 '언택트 시장'이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달에만 직원 10만 명을 새로 뽑았다. 이어 얼마 전에는 7만5000명의 직원을 더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인원들은 모두 더하면 아마존 직원은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마존은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임금 인상에도 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창고 직원들은 이달 말까지 시간당 2달러를 추가로 더 받게 된다. 이전까지 직원들의 임금은 시간당 15달러 정도였다. 최근 미국 내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고용 투자 확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4월 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520만 건으로 최근 4주 동안 무려 2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전통적인 경기 선행지표인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변화의 조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아마존 주가는 최근 한 달간 30% 넘게 뛰었다. 얼마 전에는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도 아마존을 비대면 소비 확산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는다. 아마존의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은 39%에 달한다. 신한금융투자 자료를 보면 지난 2월20일부터 3월23일까지 아마존의 화장지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6% 늘었다. 이외에 알레르기 제품(1만9571%), 가정용품(1181%), 감기약(826%) 등 코로나19 관련 수요도 급증했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거래량 확대도 긍정적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코로나 이후에도 재차 온라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온라인 구매를 꺼리던 소비자들도 바뀐 소비 패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도 '언택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이동통신 3사, 대기업, 벤처캐피탈, 정책금융기관 등과 함께 이달부터 '언택트 IR'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여기서는 화상회의를 통해 벤처·스타트업의 실시간 홍보 활동 지원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온라인 수출 강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산하기관인 코트라는 국내와 해외 화상상담장을 기존 5개, 44개에서 각각 60개, 88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5000건 이상의 화상상담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언택트' 거래 확산 등 경제 행태의 변화를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포착하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