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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세계] 주요국을 강타한 코로나 쇼크, 어디까지 번질 것인가

등록 2020-04-21 06:00:00   최종수정 2020-04-20 00: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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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올해 세계경제 -3.0% 성장…코로나19 장기화시 -6.0%

골드만삭스 "코로나19, 2008년 금융위기 충격의 4배 수준"

이탈리아 재정적자 10% 육박 우려…제2의 재정위기 전망도

"아르헨티나 사실상 국가 부도"…신흥국 연쇄 디폴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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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틱시티=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의 해안성모성당 예수상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각심 고취를 위해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2020.04.17.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경제 강국인 미국, 일본 등도 코로나19에 맥을 못 추면서 세계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취약한 경제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럽은 경기 부양을 위한 과다한 지출로 재정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선진국의 경기 위축은 고스란히 신흥국의 위기로 이어져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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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전담반(TF)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2020.04.01.

◇선진국도 피하지 못한 코로나19…세계 경제 '역성장' 현실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월 전망(3.3%)보다 무려 6.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래 90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올해 2분기 정점을 찍고 누그러진다는 전제하에 제시된 수치다. 만약 코로나19 방역이 길어지고 내년에 다시 재발하는 최악의 경우에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6.0%까지 하락하고 내년에도 -3%대로 '역성장' 할 것이라고 IMF는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올해 세계 경제가 뒷걸음질 칠 거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0.4%에서 2.8%p 하락한 -2.4%로 추정했다. 피치 역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낮췄다.

선진국들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올해 선진국 성장률이 -6.0%를 보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미국(-5.9%), 일본(-5.2%), 독일(-7.0), 영국(-6.5%), 이탈리아(-9.1%)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의 경제 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의 4배 수준"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특히 선진국의 경기 침체로 수출에 막대한 피해가 있는 신흥국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IMF는 러시아(-5.5%), 브라질(-5.3%), 멕시코(-6.6%), 남아공(-5.8%) 등 대부분 신흥국의 성장률이 195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실제 1분기 중국 GDP 성장률은 -6.8%로 전분기(6.0%)보다 12%p 이상 내려가는 등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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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라=AP/뉴시스]지난 달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이 군 트럭으로 북부 페라라 공동묘지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시신이 들어 있는 관들을 옮기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베르가모 공동묘지의 최대 수용량이 넘어서 페라라까지 시신을 운반해야 했다고 밝혔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코로나19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서 필수 생산시설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생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2020.03.22.

◇이탈리아 재정위기…유럽발 금융위기 오나

중국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제2의 재정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1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GDP가 2조 달러(2018년 기준) 규모를 고려할 때 재정 적자가 2000억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1.6%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11년 과도한 부채로 유럽 전역에 재정위기를 확산했던 그리스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봤다. 2018년 말 기준 이탈리아 정부부채 비율은 134.8%에 달한다.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181.2%)에 이어 EU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셈이다.

이탈리아를 재정 위기에서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독일을 제외한 유로존 국가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역시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EU 다른 회원국들도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계획보다 늘리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불거진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의 재정 지출 확대가 제2차 재정위기를 불러오고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가 불거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유럽경제 담당 잭 앨런 레이놀즈는 "만약 이탈리아의 이동금지령이 6월 말까지로 확대된다면 GDP에 대한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이탈리아발 코로나19 충격이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로 확산돼 독일 등을 강타한다면 공급체인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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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AP/뉴시스]지난 달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 광장(Plaza de Mayo)에서 시민들이 농민들이 나눠 주는 공짜 채소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2020.03.11.

◇·신흥국 '부도'에 글로벌 경제 도미노 붕괴 우려도

선진국들의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신흥국의 경제 위기도 심화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 수요와 상품 가격이 하락한데다가 신흥국을 이탈한 자본이 빠르게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실물경제 악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규모 자본 유출은 신흥국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 올리고, 국가 신용도를 낮추는 동시에 채무 부담을 가중시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IMF는 지난 1월21일 이후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본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820억 달러(약 100조)에 달한다고 전했다. 신흥시장의 주식 가치는 약 20% 추락했으며 브라질·콜롬비아·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국의 통화 가치도 미국 달러화보다 20% 이상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심각한 나라는 인도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경제 흔들리면서 이미 지난해 외국인들이 투자했던 투자금이 모두 빠져나갔다. 여기에 나렌드라 모리 총리가 전국 봉쇄령을 내리면서 자국 인구의 경제활동도 발이 묶였다.

3년 연속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물가 상승률이 50% 이상으로 올라간데다가 국가부채도 GDP의 90% 수준으로 치솟아 '디폴트'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아르헨티나는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연쇄 디폴트 사태에 빠질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신흥국들이 2008년 금융위기와 맞먹는 경제적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IMF 통계를 인용해 "신흥국은 구매력지수를 반영한 전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경제 위기는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신흥국의 경제 위기→세계 경기 침체→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경기 침체가 역대 글로벌 위기보다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기관 소속 경제전문가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거진 글로벌 경제 위기는 전 세계가 대상이기 때문에 이전 특정 나라에서 시작된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경제 충격으로 코로나19가 또 다른 글로벌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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