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염소·밤비노·블랙삭스…MLB '3대 저주'를 아시나요?
'냄새난다' 쫓겨난 염소…시카고 컵스 71년간 우승 못해베이브 루스 방출한 보스턴 86년간 '밤비노의 저주'시카고 화이트삭스 '승부조작' 사건후 86년간 우승 좌절
여러 저주 중에서도 유명한 '3대 저주'가 있다.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블랙삭스의 저주'가 그것이다. ◇염소 냄새난다고 쫓아냈다가…108년 동안 우승 못한 컵스 '염소의 저주'는 전 세계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저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작은 1945년이었다. 1945년 10월6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는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렸다. 평소 컵스의 광팬이었던 빌리 고트 태번의 주인 윌리엄 시아니스는 자신의 애완 염소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염소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이에 격분한 시아니스는 "컵스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고, 다시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리글리 필드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이후부터 2016년 저주를 풀기 전까지 컵스는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서 오르지 못했다. 1984년과 1989년, 2003년, 2015년 등 4차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무려 108년 동안이나 컵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컵스는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1984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 윌리엄 시아니스의 조카인 샘 시아니스를 염소와 함께 초청하기도 했다. 컵스는 시아니스가 저주를 퍼부은 이후 71년이 흐른 뒤에야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컵스는 2016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4승 2패로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1945년 이후 71년 만의 월드시리즈였다.
당시 컵스가 4차전까지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리면서 '염소의 저주'가 계속되는 듯 했지만, 5~7차전을 내리 이겨 극적인 우승을 일궜다. 7차전에서도 6-3으로 앞서가다 8회말 동점으로 따라잡혀 위기에 놓였으나 연장 10회초 2점을 올리며 간신히 8-7로 승리했다. ◇베이브 루스 떠난 뒤 86년간 우승 못한 보스턴 '밤비노의 저주'가 시작된 것은 1920년이다. 밤비노(Bambino)는 아기, 어린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19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당대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던 베이브 루스의 별명이기도 했다. 루스는 투타에서 맹활약했다. 1914년 보스턴 입단 당시 투수였던 루스는 1916년과 1917년 2년 연속 20승 이상씩을 따냈다. 1918년에는 투수로 13승을 거두고, 타자로 1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1919년에도 투수로 9승을 따냈고, 타자로는 홈런 29개에 113타점을 올렸다.
루스를 떠나보낸 후 여론이 들끓자 보스턴의 구단주였던 해리 프레지는 성명을 내고 "루스는 인격파탄자고, 괴벽이 있다"고 매도했다. 실제로 루스는 팀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했고, 연봉을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올려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다. 루스가 떠나고 맞은 첫 해인 1920년 보스턴의 관중 수는 반토막 났다. 또 루스를 팔 때 양키스로부터 펜웨이파크를 담보로 빌린 30만달러를 갚지 못해 선수로 빚을 갚았다. 1901년 창단한 보스턴은 루스를 팔아넘기기 전까지 5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섰다. 루스는 1915년과 1916년, 1918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앞장섰다. 반면 양키스는 1903년 창단해 1919년까지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루스가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해 저주를 깨기 전까지 보스턴은 4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그 사이 양키스는 39차례 월드시리즈에 올라 26번이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보스턴은 2004년 86년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밤비노의 저주' 굴레에서 벗어났다.
당시 1~3차전을 내리 내준 보스턴은 4~7차전을 모두 이겨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7전4선승제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3연패 뒤 4연승을 해 시리즈를 따내는 '리버스 스윕'이 나온 것은 이때가 최초였다. 기세를 잔뜩 끌어올린 보스턴은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4연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86년간 우승 못한 화이트삭스 화이트삭스의 발목을 잡았던 '블랙삭스의 저주'는 '블랙삭스 스캔들'로 시작됐다. '블랙삭스 스캔들'은 1919년 일어난 대표적인 승부조작 사건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회자되고 있다.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내셔널리그 우승팀 신시내티 레즈와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화이트삭스가 맞붙었다. 당시 화이트삭스가 전력상으로 압도적 우위였기에 낙승이 예상됐다.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고의로 '져주기 경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급기야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조사 결과 월드시리즈가 시작되기 직전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도박사들에게 돈을 받고 시리즈를 고의로 패배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에 연루된 선수 8명을 영구제명했다. 이후 86년 동안 화이트삭스는 월드시리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정확히 40년 뒤인 1959년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다저스에 2승 4패로 밀렸다. 화이트삭스가 저주를 깬 것은 '블랙삭스 스캔들'이 있은 후 86년이 지나서다. 2005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3연승으로 물리친 화이트삭스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 에인절스를 4승 1패로 격파, 46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최근에는 이들 3대 저주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와후 추장의 저주'를 포함해 '4대 저주'로 부르기도 한다. 클리블랜드 구단의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은 1947년부터 1950년까지 노란 얼굴이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1951년 와후 추장의 얼굴색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표정도 조금 더 우스꽝스럽게 했다. 새로운 로고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클리블랜드가 1948년 이후 번번히 월드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하자 '와후 추장의 저주'가 탄생했다. 이 때문에 클리블랜드와 컵스가 맞붙은 2016년 월드시리즈는 '저주 시리즈'로 불리기도 했다. '와후 추장의 저주'는 현재진행형이다. 클리블랜드는 194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1954년과 1995년, 1997년, 2016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우승까지는 닿지 못했다. 클리블랜드 구단은 인종차별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2018년 1월 와후 추장 로고를 없애기로 했다. 클리블랜드에는 '로키 콜라비토의 저주'라는 또 다른 저주도 있다. 클리블랜드는 1958~1959년 2년 연속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간판타자로 입지를 굳히던 로키 콜라비토를 1959시즌 후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했다. 이후 암흑기가 시작되자 '콜라비토의 저주'라는 말이 나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