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G7 체제 한계 피력…K 방역 발판 '선진국 합류' 시동
트럼프 초청 계기 G7 → G12 체제 전환 공론화기존 G7에 한국, 러시아, 인도, 호주, 브라질 포함K 방역으로 국제사회 호평…G12 참여 명분 작용미중 패권 전쟁 가담 부담 속 실리 외교로 접근
K 방역을 계기로 형성된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발판 삼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물론, 현재의 영향력을 활용해 정상외교에서 한국의 이익을 적극 관철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오후 9시30분부터 15분 동안 한·미 정상통화를 갖고 G7 체제를 확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이를 G11 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며 문 대통령의 의견을 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먼저 G7 회의에 한국을 초청한 트럼프 대통령에 사의를 표하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며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참관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G7의 대표성에 의문을 나타내며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G7+4' 체제가 의장국 지위를 활용한 단순 일회성 확대 정상회의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았지만, 이날 한미 정상통화를 통해 새로운 정상회의체 출범 모색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G7 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며 "G7 체제의 전환에 공감하며, G7에 한국과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은 여기에 브라질까지 더한 G12 체제로의 전환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을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구하자 "인구, 경제규모, 지역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소위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을 회원국으로 하고 있다. 지난 1973년 1차 오일 쇼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모인 것이 출발이 됐다. 이후 1975년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며 G5 정상회의로 승격됐고, 이후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참여하며 현재의 G7이 됐다. 하지만 서구 열강 제국주의 국가들 중심으로 출발한 G7의 시각으로는 전 세계의 공통된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G20이 출범하게 된 이유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7만으로는 전 세계의 경제충격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어렵사리 명맥을 유지해오던 G7 체제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대응 과정에서 명확한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미국은 180만 명 이상의 확진자 발생에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선 최다 발생국이 됐고, 나머지 6개 회원국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오명'을 썼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과정에서는 더이상 이들 G7 국가의 영향력이 발휘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게 된 이유다.
문 대통령이 해외정상과의 통화는 물론, 기회가 될 때마다 코로나19 대응 방안과 관련해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한 것도 G12로의 체제 전환 논의 참여에 일정 명분이 됐을 수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으로 한 발 앞서 나간 것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발전시켜온 세계화 속의 분업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시선은 자연스레 G7 체제 전환 논의와 맞닿은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편되는 세계 질서를 예측하고 준비했던 과정들이 기회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G7 초청국들이 대(對) 중국 봉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견제에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의도치 않더라도 G7 확대 정상회의 참여가 미·중 사이의 패권 전쟁에 가담하는 외교적 결과를 낳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트럼프의 의도에 손을 들어주는 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 봉쇄를 위해 마련한 외교전략으로 극동 지역은 일본, 남쪽은 호주, 서쪽은 인도를 거점으로 한 벨트를 활용해 인도양부터 태평양 안에서의 경제·안보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끈질긴 참여 요구 속에도 오랜 시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것도 이러한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이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이라는 역내 협력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선에서 정리가 됐다. 이번에는 미·중 사이에서의 '눈치보기 식' 줄타기보다는 국익을 우선 챙기는 문 대통령의 실용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우선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초청에 참여하지 않는다 해서 미중 갈등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실리 외교를 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G7 초청 배경에 관해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최근의 전략적인 위치의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