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32년 만에 '상임위원장 싹쓸이'…득일까, 독일까
여야 협상 결렬…예결위 등 11개 상임위 선출與 상임위원장 독식, 12대 국회 이후 32년만野 '상임위 포기'에도 與 협상 이어가며 '신중''장애물 법사위' 제거, 3차 추경 물꼬 터…성과공수처장 정국, 野 '준법투쟁' 대치…부담거리여론 관건…이해찬 "우리가 모두 짊어지게 돼"
더불어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라는 명분과 176석의 숫자의 힘으로 정면돌파를 택함으로써 시급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물꼬를 텄지만, 향후 극한 여야 대치와 그 후과를 오롯이 떠안아야 된다는 점에서 싹쓸이가 득(得)이 될지, 독(毒)이 될지 여권 내에서도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지난 15일 민주당 몫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데 이어 사실상 전 상임위원장을 범여권 단독으로 선출한 것이다. 국회법상 교섭단체 및 국회 부의장과의 협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은 이날 선출하지 않기로 했지만, 통합당이 끝내 협조를 거부할 경우 여당 몫 부의장을 통한 단독 선출도 가능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여당의 상임위 싹쓸이는 군사정권 시절인 1985년 구성된 12대 국회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구성된 13대 국회(1988년)부터 여야는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직 배분 관행을 이어왔었다. 통합당은 지난 15일 쟁점이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여당이 가져간 데 반발해 상임위원장 모두 포기 카드를 꺼내며 손을 놓았지만,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야당과 협상의 끈을 이어왔다.
그러나 3차 추경 처리가 시급한 데다가 코로나 경제위기, 남북관계 경색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회 원구성을 더는 끌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상임위 싹쓸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일단 민주당은 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을 확보함으로써 체계·자구심사권을 앞세워 정부·여당의 중점 법안을 가로막아온 장애물을 치워낸 성과를 올렸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 선거제 개편(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이 법사위에서 가로막혀 최장 330일이 걸리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통해 간신히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했으나, 21대 국회에선 법사위 확보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해 발목잡기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21대 국회 시작부터 야당과 극한 대치를 시작하는 것이 부담거리다. 통합당은 코로나 경제위기,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안보 불안 등을 고려해 원내 투쟁으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더욱이 내달 15일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선출해야 해 원구성을 마치자 마자 여야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다. 현행법상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은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이중 '교섭단체 야당' 몫 추천위원이 2명이어서 통합당은 후보추천위 구성단계부터 틀어막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기한내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후보를 추천할 교섭단체를 지정하도록 하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안을 발의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야당의 소위 '준법투쟁'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도 관건이다.
그러나 축조심사의 경우 해당 상임위 의결로 생략할 수 있는데다가, 여당이 전 상임위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상임위 싹쓸이의 득실을 가를 분수령은 국민 여론으로 보인다. 야당이 빠진 채 원구성을 함으로써 코로나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돌파하든, 겹겹이 쌓인 악재 속에 성과를 못낸 채 허덕이든 국회 운영 결과에 따른 국민 여론의 평가는 전적으로 여당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우리의 책임이 더 커졌다"며 "전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