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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기판' 된 韓 부동산 시장…3년간 아파트 2.3만채 샀다

등록 2020-08-03 12:00:00   최종수정 2020-08-10 09: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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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외국인의 한국 아파트 구매 현황 조사

"맘 카페 등서 내·외국인 차별 얘기 나와 발표"

외국인 구매 아파트 중 33%는 구매 후 미거주

임대소득 탈루 등 외국인 42명 세무 조사 대상

40대 미국인, 수도권·충청 아파트 42채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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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안개에 가려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2020.08.02. [email protected]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지난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약 3년5개월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한국 아파트가 7조7000억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이들에 강도 높은 세무 조사를 예고했다.

임광빈 국세청 조사국장은 3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17년~2020년 5월 외국인 2만3219명이 한국 아파트 2만3167채를 취득했다. 거래 금액 기준으로는 7조6726억원"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외국인의 한국 아파트 구매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국장은 "국세청은 대법원 등기 자료를 받고 있다. (이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추출했다)"면서 "이 자료는 양도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에 국세청에 도착해 올해 5월까지의 결과가 최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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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주택임대소득 등의 탈루 혐의가 있는 외국인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0.08.03. [email protected]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 맘(Mom)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부동산을 살 때 내국인이 차별받는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라면서 "부동산 관련 납세 의무는 내·외국인이 동일하고, 관련 탈루 혐의에 관해서는 국적 구별 없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미국·캐나다인 순…'검머외'도 985명(4.2%) 포함

특히 올해 1~5월 외국인이 매입한 한국 아파트는 1조2539억원어치(3514건)로 전년 동기 8407억원어치(2768건) 대비 4132억원(49.1%)이나 증가했다. 연도별 취득 건수는 2017년 5308건→2018년 6974건→2019년 7371건→2020년(5월 말 기준) 3514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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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2020년 5월 한국 아파트 매입 현황을 국적별로 보면 총 2만3167채 중 중국인이 1만3573채를 매입했다. 3조1691억원어치다. 미국인이 4282채(2조1906억원어치)로 그 뒤를 이었다. 캐나다인 1504채(7987억원어치), 대만인 756채(3072억원어치), 호주인 468채(2338억원어치), 일본인 271채(931억원어치) 순이다.

이 기간 아파트를 산 외국인 중 '검은 머리 외국인(한국 주민등록번호 보유자)'은 전체의 4.2%인 985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473건(3조2725억원어치)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가 1만93건(2조7483억원어치), 인천이 2674건(6254억원어치)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강남구는 517건(6678억원어치), 서초구는 391건(4392억원어치), 송파구는 244건(2406억원어치)이다.

아파트를 2채 이상 산 다주택자 외국인은 1036명이다. 2주택자가 866명, 3주택자가 105명, 4주택 이상자가 65명이다. 이들은 총 2467채를 매입했다. 1명이 42채(67억원어치)를 사들인 경우도 있다.

외국인 구매 아파트 총 2만3167채 중 7569채(32.7%)는 취득 후 현재까지 1번도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임 국장은 "외국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한국 아파트를 여러 채 취득해 보유하는 것은 투기성 수요로 보인다"고 짚었다.

◇외국인도 납세 의무 동일…42명, 국세청 조사 대상에

외국인도 취득·보유 과정에서 거주자(한국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와 똑같은 납세 의무를 진다는 것이 임 국장의 설명이다. 취득 단계에서는 취득세·등록세를, 보유 단계에서는 주택임대소득세를 낸다. 양도 단계에서 무는 소득세도 한국에서 낸다. 비거주자에게는 1가구 1주택 비과세·장기보유특별공제 등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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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세청은 2017년~2020년 5월 아파트를 매입한 외국인 중 주택임대소득 등 탈루 혐의가 있는 자 42명을 세무 조사할 계획이다. 임 국장은 "조사 대상자의 임대소득 탈루와 취득 자금 출처를 검증하고, 양도한 경우 그 소득을 탈루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실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한국 아파트를 보유한 외국인의 경우 해당자의 거주지국 과세 당국(국세청 등)에 이런 내용을 정보 교환 형태로 통보하기로 했다.

임 국장은 "실거주 이외의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취득·보유하는 경우 거주지국 과세 당국의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 부동산을 이용한 소득 은닉·신고 의무 위반과 같은 역외 탈세 혐의에 대해 해당 국가에서 세무조사 등 적절하게 조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외국 자본에 의한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투기성 보유로 의심되는 경우 취득~양도 전 과정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관련 탈세는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엄정하게 조처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례 살펴보니…42채 산 미국인에 8채 산 중국 유학생도

국세청은 부동산 관련 세금 등을 탈루한 혐의가 있어 세무 조사 대상에 오른 외국인의 사례를 함께 공개했다.

미국 국적의 40대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수도권과 충청 지역의 소형 아파트 42채를 '갭 투자' 방식을 통해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총 67억원어치다. A씨는 보유한 아파트 중 일부에 주택임대업 등록을 하지 않아 임대소득을 과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아파트 수십 채를 살 만큼 한국에서 소득이 높거나 재산을 갖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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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국세청 세무 조사 대상에 선정된 40대 미국인 A씨의 사례. (자료=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A씨는 아파트 취득 당시 외국으로부터 외환을 들여오지도 않는 등 아파트 취득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면서 "주택임대소득 과소 신고 혐의 및 부동산 취득 자금 출처 등에 관해 정밀하게 검증하고, 해당국 과세 당국에 관련 자료를 넘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적의 30대 B씨의 경우 유학 목적으로 입국해 한국어 어학 과정을 밟은 뒤 한국에서 취업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를 비롯해 경기·인천·부산 등 전국에서 8채를 취득하고, 이 중 7채를 임대했다. 그러나 임대수입을 신고 누락한 혐의가 최근 드러났다. 또 A씨와 마찬가지로 한국 소득과 재산이 충분하지 않았다.

국세청이 국적을 알리지 않은 50대 외국인 C씨는 외국 법인의 한국 사무소 임원으로 근무하며 총 120억원어치(시가 기준)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45억원 상당의 한강변 고가 아파트, 30억원 상당의 강남 소재 유명 단지 등이 포함됐다. C씨는 외국인이 월세를 살아도 월세 세액 공제를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3채를 외국인에게 임대하고, 그 소득을 누락했다.

국세청은 "C씨가 임대한 아파트 중 2채의 월세 시세는 각 1000만원 이상"이라면서 "C씨의 주택임대소득 누락 혐의를 정밀하게 검증하고,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 엄정하게 조사하겠다. 해당국 과세 당국에도 이 사실을 통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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