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어린이가 성인보다 코로나 전파력 더 강하다?
질본 "10대 확진자, 가족 내 전파율 높아"뉴욕타임즈 '개학이 더 많은 발병 유발'"10대가 바이러스 전파력 강하다고 단정 못해""바이러스 많다고 감염력도 높다고 할 수 없어"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아이들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적고, 확진이 됐을 경우에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아이들은 성인보다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도 적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아이들의 코로나19 전파력과 관련한 새로운 논문 몇 편이 등장했다. 10~19세의 코로나19 전파력이 성인들보다 높고, 5세 미만 어린이는 성인보다 더 많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출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내외 일부 언론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어린이가 성인보다 코로나19 전파력이 더 강할 수도 있으며 학교 전면 개학 등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기도 했다. ◇국내 연구결과 이례적 뉴욕타임즈 보도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20일 10대가 첫 확진자일 때 가족 내 전파율이 가장 높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질본은 1월20일부터 3월27일까지 코로나19 지표환자(역학조사시 기준이 되는 첫 확진자나 첫 증상자) 5706명의 접촉자 5만9073명을 상대로 역학 조사를 벌였다. 이 중 가족 내 접촉자를 통해 확진된 경우를 살펴보면 지표 환자가 10~19세일 때 확진율이 18.6%(231명 중 43명)로 가장 높았다. 70~79세 18.0%(477명 중 86명), 60~69세 17.0%(1039명 중 177명), 50~59세 14.7%(2045명 중 300명), 80세 이상 14.4%(348명 중 50명), 40~49세 11.8%(1749명 중 206명), 30~39세 11.6%(1229명 중 143명) 순이었다. 첫 확진자가 10~19세일 경우 다른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해 확진시킨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통계만 볼 경우 10~19세가 가족 내 전파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즉 전파력이 강한 연령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18일(현지 시간) '성인만큼이나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청소년들, 대규모 연구 결과로 밝혀지다''라는 제목으로 위의 논문을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부제목으로 '6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연구는 개학이 더 많은 발병을 유발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질본의 연구는 '2차 전파율'이 아닌 '발견율(detection rate)'을 본 것이라 10~19세가 전파력이 더 강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보통 바이러스 감염 연구에서는 환자 1명이 몇 명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키는지를 나타내는 '2차 전파율'이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10명을 접촉했고, 이 중 3명이 감염됐다면 2차 전파율이 30%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최초 확진자와 그 확진자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의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2차 전파율'이 아닌 '발견율'이라는 용어를 논문에 사용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2차 전파율이라고 쓰게 되면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10대가 얼마만큼의 사람들에게 감염 시켰다고 해석될 수도 있어 이 부분이 조심스러워 발견율이라고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처음 증상을 보인 사람이나 확진자를 지표 환자로 삼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공통 노출 케이스가 많아 일가족 중 누가 먼저 감염이 된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 가족이 교회에서 예배를 본 후 확진된 경우 아이가 먼저 발병한 후에 부모가 발병했다고 해도 교회에서 공통 노출이 돼 모두가 감염된 것이고 진단일만 아이가 먼저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선후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 사람들(10~19세)이 전파력이 높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10~19세와 관련된 사람들 중에 추가 확진자 발견율은 높았지만 바이러스 전파의 방향성이 구분되지 않는 자료여서 바로 전파력으로 단정하기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10대 지표환자에게서 발견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확진자 감시 시스템에서 10대 아이를 먼저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소아감염학회장인 김종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에 대해 "(언론 보도는) 일반인이 보면 10~19세가 (코로나 전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표현이 돼 있는데 감염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누가 감염의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5세 미만 아동, 성인보다 코로나 바이러스 많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5세 미만 어린이가 성인보다 더욱 강력한 코로나19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등장했다. NBC 등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 소재 '앤 앤드 로버트 루리 소아병원'과 '노스웨스턴 파인버그 의과대학' 연구팀은 코로나19 경증~중증 환자의 비강인두(nasopharyngeal) 샘플 145개를 분석한 결과 5세 미만의 어린이의 후두에서 바이러스 핵산(RNA) 흔적이 그 이상 연령대와 비교해 같거나 심지어 10배에서 최대 100배 많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체는 이것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어린이들이 그 이상 연령대보다 더욱 강력한 코로나19 전파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결과 역시 바이러스 양과 감염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는 만큼 5세 미만의 아이들이 성인보다 코로나19 전파력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종현 교수는 "바이러스가 많이 나왔다는 '사실'인 것이지 그것이 감염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관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죽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 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코로나19 재양성 사례에서 대부분 죽은 바이러스의 RNA가 검출된 것과 같이 연구 대상 아이들에게서도 죽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영준 한림대 의대 사회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여러 연구에서도 아이들이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한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감염을 시키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실제로 아이들이 전파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에 대한 해외 연구들을 보면 별로 안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와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