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 문희' 이희준 "연기는 늘 새롭고 가장 재미있는 일"
배우 이희준이 영화 '오! 문희'로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에 불같은 성격의 '황두원'으로 변신했다. 지난 1월 말 개봉한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서 보여준 강렬함과 달리 투박하지만 푸근한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남자다. 이번 영화는 이희준의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그는 지난 4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극을 끝까지 끌고 가는 역할이어서 어깨가 무거웠다"며 "'주연이라는 게 외롭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주연 배우로서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남산의 부장들', '미쓰백', '1987', '최악의 하루' 등 모두 항상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남산의 부장들' 때는 이병헌·이성민·곽도원 선배가 있었기에 제 것만 충실히 해내면 선배들이 다 받아주고 놀이처럼 즐겁고 편하게 할 수 있었죠. 이번에는 혼자 끌어가야 하는 신이 많아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꼈죠." '오! 문희'는 먼저 시나리오로 읽어보니 내용도 흥미로웠고,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상대 역이 나문희였기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영화 '오! 문희'는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엄니 '문희'(나문희)와 물불 안 가리는 무대뽀 아들 '두원'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좌충우돌 농촌 수사극이다. 평화로운 충청도 금산을 배경으로 '두원'은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엄니 '문희'와 함께 단서를 하나하나 찾으며 딸 '보미'(이진주)의 뺑소니 범인을 잡으러 나선다. 이희준도 아기 아빠다. 그는 "아직 9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것도 너무 힘든데, '두원'은 6살 난 딸을 키우고 어머니까지 돌보는 상황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처음엔 '두원'이란 인물을 얕봤다. "초반에 금산의 '두원' 집에서 촬영하다가 잠깐 낮잠이 들었어요. 막 깨어나 보니 꿈이 실제 같고, '아, 이게 실제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 이 사람이 버티고 있나 존경스러웠고, 미안해졌어요. 그렇게 극을 보는 눈이 달라졌죠. 이 인물이 3차 세계대전을 막는 역할은 아니지만, 그만큼 엄마와 딸을 지켜내는 일상의 중요한 영웅이라고 생각했죠."
이희준은 엄니 '문희' 역을 한 나문희와 '모자(母子)'로 찰떡 케미를 보여준다. 그는 "선생님은 끝까지 높임말을 쓰시면서 할 말은 다 하신다"고 웃으며 첫 대본 리딩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촬영 전 처음 리딩을 하는데 첫 대사가 '엄니'를 부르며 말하는 내용이었는데, 선생님이 '희준씨 좀 더 맛있게 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엄니' 대사만 한 30번 한 것 같아요." 그는 "선생님이 원하는 걸 한 번에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바로 말해주셔서 참 좋았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첫 촬영 후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나문희에게 '희준씨, 연기 너무 잘한다. 마음대로 해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당황스러운 한편 기뻤다"고 웃음을 보였다. 촬영 전 배역 관련 상황이나 사람을 직접 경험하는 걸 즐긴다고 했다. 이번에도 정세교 감독과 이야기하던 중 논산의 한 집을 촬영 장소 후보로 봐뒀다는 소리에 곧바로 내려가 하룻밤을 묵으며 충청도 사투리와 일상을 관찰했다. 그는 "아저씨의 순수한 모습에 '두원'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고 큰 도움이 됐다"면서 "회사에서는 혼자 다니니까 위험하다고 걱정하지만, 실제 사람들을 본다는 게 연기에 자극이 되고 즐겁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만날 일이 없을 사람들을 만나고, 나문희 선생님처럼 80세쯤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때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더 잘 할 수 있는데, 왜 다른 친구들이 더 빠를까. 나는 왜 이렇게 길을 돌아가나.' 가끔 답답함도 느꼈지만 그게 제 성향이고 인생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받아들이게 됐고, 편해졌죠. 열심히 하다보니 '오! 문희' 영화도 만났죠. 계획을 미리 세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만나는 좋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즐겁게 하는 거죠." 작품을 선택할 때 특별한 기준은 없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이희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배우 이성민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 '핸섬 가이즈' 촬영도 앞두고 있다. 이희준은 "딱히 기준은 없고 대본을 보고 가슴이 뛰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면 한다"며 "최근에는 저예산의 고봉수라는 괴짜 감독의 '델타 보이즈'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지난주에 그 감독과 실제 촬영도 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설득을 해서라도 하는 편"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59년 연기 인생의 나문희처럼 계속 연기를 할 것이냐고 묻자 "제가 싫증도 잘 내는 스타일인데 연기는 계속 재미있다"며 "다른 사람을 계속 연기하다 보니 늘 새로운 일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 사람(캐릭터)의 고민과 눈물, 고통과 스트레스 등 무슨 생각을 할까 고민을 하죠. 지금도 연기가 어렵지만, 늘 새롭고 재미있어요. 나문희 선생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캐릭터가 마음에, 심장에 훅 들어오는 느낌이 있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