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30]⑤'오바마케어'부터 '이민·낙태'까지…유권자의 선택은?
'오바마 시대' 회귀하는 바이든트럼프 '멕시코 장벽'의 향방은?낙태권, 보수 결집 중심축될 듯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4년 만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의료보험 체계가 미국의 화두로 떠오른 건 필연적이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은 국가다. 미국의 인구 100만 명 당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631명, 가난한 남미 국가 에콰도르(637명), 칠레(657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전염병에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의 과녁은 빈곤한, 유색인종을 향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9월 누적 기준 코로나19로 숨진 21세 이하 미국 국민의 75%는 히스패닉과 흑인, 미국 원주민이다. 보험을 들지 않아 의료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없던 이들이다. 미국 사회에 존재하던 불평등이 소수인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오바마케어, 화려한 재부활? 혹은 뒤안길行? 지난 4월 발표된 갤럽-웨스트 헬스케어코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금전적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14%를 차지했다. 8월 발표된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약 3700만 명에 달한다. 의료보험이 있더라도 보장 범위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약 4100만 명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정책은 '오바마 시대'로의 회귀다.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차상위 계층에 의료 혜택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건강보험(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일명 '오바마케어'를 시행했다. 바이든 후보의 건강보험 정책은 오바마케어를 보완·확대하는 방식이다. 목표는 미국 인구의 97%의 국가 건강보험 가입이다. 저소득층에는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보험의 가입을 지원하는 오바마케어의 기조를 이어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트럼프케어의 핵심은 '필요한 사람만 건강보험에 가입하라'다. 2017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행령명령을 통해 오바마케어의 핵심이었던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험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2018년에는 의무가입조항도 삭제했다. 대신 내놓은 건 처방약 가격인하 정책이다. 노인과 은퇴자들을 위한 약 가격을 인하하고, 제약사들의 무분별한 특허권 남용을 금지했다. 의료 체제 개혁의 부담을 국가가 아닌 제약사의 몫으로 돌린 것이다.
◇이민자에 장벽 세운 트럼프 vs 親이민자 정책 내놓은 바이든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의 장벽이 높아진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 캐러밴(Caravan)의 불법 유입 문제를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는 3145㎞에 이르는 장벽을 설치를 추진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에 따르면 올해 총 720㎞의 장벽이 완공된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대부분을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무산시켜 국고 낭비를 막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 후보 캠페인에 따르면 장벽 건설을 막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120억 달러~700억 달러(약 14조~82조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의 주요 과제인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다카) 폐지'에 대해서도 바이든 후보는 반기를 들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다카 제도를 강화해 불법체류 아동과 학생에게도 국가 학비 지원금의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다카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대법관 임명 문제까지로 이어진다. 지난 6월 미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정부의 다카 제도 중단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대법관 9명 가운데 5 대 4의 결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이 "끔찍하다"고 트위터에 썼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대법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파 계열의 대법관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연방 순회 고등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배럿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에 우호적인 보수 성향의 법률가다. 좌파 성향이었던 긴즈버그 대법관 자리에 배럿이 임명된다면 대법원의 이념 성향은 6대 3으로 보수가 절대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여성의 낙태 권리, 국가에 넘어가나? 배럿의 등장으로 떠오른 또 하나의 쟁점은 낙태다. 뉴욕타임스(NYT)는 배럿이 대법관에 취임한다면 1973년 연방 대법원이 미 전역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보수 지역에서는 이미 각종 규제를 통해 낙태 시술을 막고 있다. 지난해에는 남부와 중서부 주(州) 58개 지역에서 낙태 규제법안이 도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럿 지명은 낙태를 둘러싼 보수 결집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낙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여성의 낙태할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힌 인물이다. 해리스는 민주당 대선 경선을 치르던 지난해 5월 연방정부가 낙태 제한법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