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알못]'시중 품귀' 5만원권 다 어디 갔지?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최근 은행 창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5만원권을 찾으러 갔다가 인출을 못해 낭패를 봤거나, 혹은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풀려나간 5만원권이 되돌아오질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중에서 5만원권 '품귀' 현상이 빚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5만원권을 덜 찍어낸 것도 아닙니다. 올해 5만원권 발주량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렸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3~8월까지 환수율은 2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10장 중 8장은 장롱이나 서랍, 금고 속으로 꽁꽁 숨어버렸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때보다 5만원권을 더 풀었는데, 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된 걸까요. 먼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경제 위기가 닥칠 경우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현금, 그 중에서도 보관이 가장 용이한 5만원권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대체적입니다. 과거 1999년 'Y2K'로 알려진 밀레니엄 버그 공포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현금을 비축해두려는 수요가 급증했던 적이 있습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된 영향도 있어 보입니다.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5만원권이 지갑에서 나올 일이 줄었고, 음식점이나 도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금융기관에 5만원권을 입금하는 규모도 쪼그라들게 된 것이죠. 큰 위기가 닥쳤을 때 5만원권과 같은 고액권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때에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 고액권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유럽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3~7월중 고액권인 200유로권의 화폐발행잔액이 91%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위기 때 믿을 건 현금 뿐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깊게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5만원권 품귀 현상은 당분간 다시 잠잠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한은이 이례적으로 5만원권 2조원을 추가로 발주한 데 이어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5만원권을 포함해 5조원의 화폐를 공급한 바 있습니다. 불확실성은 있지만 시차를 두고 점차 5만원권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