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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연장한 탈원전 정책…'경제성 평가 규정' 쟁점되나

등록 2020-10-21 06:00:00   최종수정 2020-10-26 09: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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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명 만료…논란 재현 우려

국내에 노후 원전 경제성 평가 관련 규정 없어 혼란

산업부·한수원, 지침 마련 위한 후속조치 이행 다짐

'반쪽 감사' 지적도 나와…여야, 논란 가속화 전망

"이번을 계기로 탈원전 정책 비용 명확히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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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 이무열 기자 =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관련 감사에 대해 "월성 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었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2020.10.20. 2020.10.2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도 정부는 탈원전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날 청와대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 이번 판결을 근거로 원전 해체의 타당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2030년까지 원전 10기의 설계수명 만료가 예정된 만큼 이번에 문제가 된 경제성 평가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월성 원전과 같은 논란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내세운 탈원전 정책 역시 번번이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마련될 경제성 평가 규정도 논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전 수명 연장 관련 규정 마련 시급

21일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를 보면 현재 국내에는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이렇게 되면 원전 판매단가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사업자의 입맛에 맞는 수치를 넣어 조기 폐쇄 또는 설계수명 연장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실시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서는 이런 변수들이 의도적으로 조정된 정황이 드러났고, 감사원으로부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판결을 받게 됐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부적절하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원전 계속가동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서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산업부는 외부 회계법인이 독립적으로 경제성 평가 변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된 회의에 참여한 산업부 실무진은 원전 정책 방향과, 정책비용 증가 추세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으로 특정 변수를 바꾸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부가 경제성 분석 과정에 관여해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감사 결과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조기 폐쇄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국내에는 전례가 없어 모든 것을 새롭게 검토해야 했다"며 "정부가 정책 결정만 하고 관련 기관과 소통 없이 이행만 요구하는 것은 소관 부처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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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직원들이 국회에 제출된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점검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를 정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0.   [email protected]


한수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시기와 관련해 즉시 가동 중단 외에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 사장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산업부 장관에게 월성 1호기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한수원 사장에게 엄중 주의를 줄 것을 요구했다.

다만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한 것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지적한 '원전 계속운전 등과 관련한 경제성 평가 관련 지침 마련'에 대해서는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 및 검토를 통해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에너지 전환 정책 점검 필요한 시점"

1년을 넘게 끌어온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지만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다. 오히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전날 "앞으로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 이외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가동 중지 결정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명시하기까지 했다.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탈원전 정책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논평을 통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이 잘못됐다거나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과 같은 문제는 지적되지 않았다"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제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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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철규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원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0.   [email protected]


이를 두고 '반쪽짜리 봐주기 감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속해서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엄위원회 위원 일동은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관련 성명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은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월성 1호기처럼 아집과 독선으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도 즉시 건설을 추진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간단히 말하면 탈원전 정책의 단점은 돈이고 장점은 안전"이라며 "그렇다면 정부 정책으로 국민이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비교 분석 자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월성 1호기 감사를 계기로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과 이로 인해 국민이 얻게 되는 이익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이러면 원전을 줄이는 게 맞는지 아니면 늘려야하는 건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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