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승원 감독 "여배우 3명과 우여곡절...좋은 성적 거뒀으면"
세자매', 배우 문소리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아내 김선영 덕에 배우들 연기 깊게 이해""보편적인 이야기...공감과 의미 얻을 것"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27일 개봉하는 가족 영화 '세자매'는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세 명의 여성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문소리와 김선영, 장윤주 세 배우의 앙상블과 에너지로 꽉 채워졌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2021년 영화계를 찾은 첫 번째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 덮어뒀던 기억을 풀어내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선영이 괜찮은 척하는 첫째 희숙, 문소리가 완벽한 척하는 둘째 미연, 장윤주가 안 취한 척하는 셋째 미옥을 연기했다.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5년 전 전작 '소통과 거짓말'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올해의 배우상 등을 받은 그는 당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이던 문소리와 인연이 닿아 작품을 제안했다. '세자매를 연출한 이승원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소리 배우와는 대화를 몇번 나눠본 정도인데 알게 모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었다"는 그는 "둘째는 문소리 배우가 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정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이런 부분은 문소리 배우가 잘 표현하지 않을까', '관객들에게 한 번도 안 보여준 모습일 것 같은데' 하면서 많은 상상을 했다. 문소리 선배가 자기의 안 좋은 모습이 미연과 닮은 것 같다고 했다. 그 분의 성향과 생각, 철학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겠구나하고 생각하면서 쓴 작품이다."
문소리와의 공동 작업으로 시너지 발휘 문소리는 처음 출연 제안과 함께 전달받은 '세 자매'의 초고를 본 뒤 시나리오에 공감해 공동 프로듀서로 제작에까지 참여했다. 내부적으로는 시나리오를 다듬는데 주력했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막내를 김선영씨가 하고, 첫째는 더 나이든 배우가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문소리 배우가 제작자 마인드도 있었고 큰 그림을 그렸다"며 "상업영화로서 좀 더 어린 배우를 생각하셨다. 너무 어두운 영화로 흐르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나 혼자 해결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영화는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 의지하며 만든 작품"이라며 "공동 작업에 목말라 있었더라. 서로 의견이 맞고 추구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이 모였을 때는 시너지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품이 깊어지고 단단해졌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극적인 사건보다 인물의 상황, 감정에 집중한다. 캐릭터는 강렬하다. 관객에 따라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첫째 희숙(김선영)은 "미안하다",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살고 둘째 미연(문소리)은 남부러운 것 없는 인생처럼 보이지만 가식과 위선이 가득하다. 셋째 미옥(장윤주)은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로 술에 취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이 감독은 "감정이 세고 인물들의 설정이 과장됐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며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고 아픈 부분을 찌르다 보니 더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리얼리즘인데 인물들은 극사실주의다. 영화가 줄 수 있는 강력한 여운을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고 싶은데 밋밋한 감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자매는 보는 이들이 저마다의 공감과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양한 담론들이 생성될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내 김선영 덕에 배우들 연기 깊게 이해 이 감독은 아내이자 주연 배우인 김선영에 대한 믿음과 애정도 드러냈다. 김선영 이승원 부부는 극단 '나베'를 운영하며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김선영은 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빠짐없이 출연했다.가장 잘 맞는 조력자이자 팀이라는 생각이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 먼저 보여 주는 분이 김선영씨다. 2004년 첫 단편 영화를 만들었을 때 처음 만났고 결혼한 후 10여년 동안 극단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며 "연극배우와 연출가로 만났을 때도 서로 진심으로 믿어줬다. 김선영 배우는 제가 쓰는 글이나 연출을 가장 좋아해주시는 분이다. 그런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문소리 배우가 격하게 토론하는 부부라고 하셨는데 사실 김선영 배우의 연기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며 "연기가 어땠냐고 물어보는데 많은 얘기를 하진 않는다. 다소 표현이 거칠 뿐이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김선영씨를 통해 배우에 대해 배우는 게 많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어떤 시선을 갖고 하는지에 대해 많이 배운다. 김선영 배우도 나를 통해서 연기가 깊어졌다고 하더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세자매'는 신작 기근 속 2021년 극장가의 포문을 여는 한국 영화가 됐다. 공교롭게 중책을 맡은 셈이다. 이 감독은 "여성 배우 3명이 모였고 투자자를 모으기까지 우역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코로나 시국에 겨우 겨우 촬영을 끝마치기도 했다"며 "그런 의미들이 하나하나 모였다. 흥행이든, 평가든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