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포럼]안병옥 前차관 "탄소중립, 문명사의 전환"
"주요국·기업 탄소중립 선언…국제 대응 본격화""탄소중립 시대 요인으로 코로나19 등 큰 영향""코로나 이후 경제회복, 탄소중립 위한 방식돼야"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뉴시스 기후변화 포럼' 대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 전 차관은 주요국가들과 지방정부, 기업 등에서 탄소 중립 선언을 통해 신기후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5월 말 현재 총 131개국이 21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차관은 "올해는 파리협정에 따라 신기후체제가 출범한 해로 주요 국가들과 지방정부, 기업 등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주목되는 것은 메이저 석유기업들로, 이들은 2050년 이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움직임으로 볼 때 탄소중립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문명사적 대전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될 가능성이 크다"며 "탄소중립 시대를 주도하려는 주요국 정부와 세계 경제의 판을 새롭게 짜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차관은 이처럼 탄소중립 시대로의 진입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기후변화의 임계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위험 인식의 변화 ▲금융·투자 가속화 및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 3가지 요소를 꼽았다. 그는 "지구 시스템이 지구 평균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처럼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지구시스템은 외부 강제력에 완만하게 반응하다 임계점을 지나면 작은 강제력에도 급격하게 반응하면서 질적으로 다른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때 시스템 전반의 붕괴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시점을 '기후변화의 임계점'이라고 부른다"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시점, 이때부터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경고이며 남아있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전 차관은 또 다른 요인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꼽았다. 감염병 사태가 사회 전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 강수량, 습도 등이 변화하면서 매개체의 생존 기간과 서식지, 병원균의 성장, 숙주 분포와 개체수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에 따라 전염병의 전파 시기, 강도, 질병 분포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27개국에서 수행된 온라인 설문 결과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도 약 90%의 응답자들은 기후변화를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은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공감대의 확산은 코로나19 대유행은 기후위기의 현재이자 미래라는 자각과 맞닿아 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안 전차관은 탈탄소 금융·투자 가속화와 이로 인한 글로벌 통상질서의 재편을 탄소중립 가속화의 세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신용평가 회사들은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채권 평가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국부펀드와 세계적 자산운용사들도 기후변화 대응에 게으른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통상질서의 재편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으며 주목되는 것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시행 계획"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글로벌 통상질서가 디지털 분야 공급망과 기후통상 문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탄소중립 시대로의 진입을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자국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현재 EU는 2023년 제도 시행을 목표로 올해 7월까지 관련 법률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안 전 차관은 "탄소중립처럼 실현이 어려운 목표일수록 중요한 것은 추진방식과 속도이며, 기후위기 대응은 코로나19 방역에 적용됐던 일시적 이동제한과 봉쇄조치와는 다른 방식일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 타격과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봉쇄조치 수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위기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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