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소통한 文, 마지막 결실 정상회담 얻나
13개월만에 남북 통신선 복원…임기말 남북 관계 진전 기대감8·15 광복절 메시지 분수령 전망…文, 한반도 중재자役 나서나임기 4개월 전 평양 방문 盧 사례도…靑 "회담 논의한 바 없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7월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회복 문제로 소통을 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정상은 남북 간에 하루 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 대해서도 뜻을 같이 했다"며 "이번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복원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친서 교환을 통해 조속한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거의 동시간대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물밑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은 공식 기구가 아닌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남북 간 발표 형식상 차이가 있다. 통신은 "북남수뇌들께서는 최근 여러차례에 걸쳐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하여 단절되어있는 북남통신련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수뇌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쌍방은 7월27일 10시부터 모든 북남통신련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하였다"며 "통신련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간 발표 내용은 물론 문구까지 거의 동일한 형식을 맞췄다는 점은 긍정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발표로 인해 진정성을 의심 받는 등의 소모적 논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면에서도 상호 배려가 이뤄졌음을 엿볼 수 있다. 이번 남북 통신 복원은 남북 간 우발적 충돌시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해수부 공무원의 피격 사건 당시 남북 모두 상황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진전인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복원이 이뤄진 남북간 통신선에 관해 "통일부와 군에서 운영하던 남북 통신선 등이 복원된 것"이라며 "과거 통신선이 정상 운영되는 상황이 기준이 되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9일 북한의 남북 통신선 일방 차단 통보와 일주일 뒤인 6월16일 개성남북공동연락무소를 잇따라 폭파한 것을 계기로 타격을 받았던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의 상징도 이번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일정 부분 되살리게 된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계기로 친서를 교환한 것도 이러한 기류의 반영일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3주년을 계기로 최근까지 몇 차례 친서를 상호 교환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통신선을 복원하여 남북 간 대화 통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북한이 지난해 문재인정부에서 대화의 문을 열었던 순서의 역순으로 남북정상 합의의 상징을 제거해 남북 평화 시계를 '한반도의 봄' 이전으로 돌렸지만 남북 모두 상황 관리 필요성에 의해 가역적인 조치 가운데 통신선 복원을 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전협정 체결 68주년 계기로 통신선 복원이 이뤄진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남북 관계의 중요 메시지들이 발신되는 8·15 광복절 경축사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남북 통신선 복원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명분으로 시작해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를 북미 비핵화 테이블에 올려놓는 수순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15일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백신 허브를 활용한 남북 대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한미 백신 파트너십 체결로 이룬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기지의 입지를 북한과의 백신 공급 협력에 활용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전세계 백신 공여 일환 속에 북한을 포함시켜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접근으로 북한의 호응이 관건으로 평가돼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 등 기존 남북 간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이끌어 낸 것도 문 대통령의 남북미 대화 재개 구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접견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 상에서 청와대가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미국과 본격적인 조율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가 발신되고, 북한이 어떤 형식으로든 호응을 해온다면 임기 내 4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참여정부 말인 2007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4개월 여 앞둔 시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와의 대면·비대면 방식을 모두 포함해 4차 남북 정상회담 관련 논의는 이뤄진 바 없다고 선을 긋는 등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 간 대면 접촉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 화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남북 모두 안정적 상황 관리 측면에서 통신선 복원에만 합의했을 뿐 추가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에는 여건 상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존재한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통신선 복원은 그동안 끊겼던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작점으로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면서도 "그 이상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