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정보 요구①]"고객사 명단 달라고?"…반도체 업계 난감
"반도체 공급망 설문조사 시행" 관보 게재영업 기밀 자료 요구에 업계 곤혹감 토로美 "미제출 시 강제 조치"…업계 대처방안 고심
모두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라 경쟁사나 고객사에 노출될 경우 경영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어 업계에서는 과도한 요구로 보고 있다. 일단 형식은 '자발적 제출 요청'이지만, 미국 정부가 45일 내 정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해 우리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반도체 공급망 위기에 대한 공개 의견 요청 알림'이라는 글을 관보에 게재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업들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날 백악관이 소집한 반도체 대책 회의의 후속 조치다. 차량용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보겠다는 시도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업체에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어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재 설문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백악관 영상회에 참석했던 삼성전자는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짐작되며, 그 외 추가로 SK하이닉스 등도 사정권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상무부에서 작성한 설문지를 보면, 해당 회사가 제조 가능한 반도체 유형부터 제품별 월 매출 등까지 일일이 적도록 하고 있다. 특히 매출 상위에 있는 주력 제품에 대해서는 고객사 명단과 고객별 해당 제품 예상 매출과 비중뿐 아니라 현재 확보 중인 일별 재고 수준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수급 상황을 보겠다며 'BB율(Book-to-Bill Ratio)'도 묻고 있다. 이 지표는 회사별 수주액(Book)을 출하액(Bill)으로 나눈 것이어서, 자칫 민감한 수준의 정보까지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밖에 제조사가 공급량이 부족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 영업 비결까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업체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나 재고 수준만 가지고도 매우 중요한 지표인데, 반도체 시장의 경우 생산 업체가 많지 않다는 특성상 더욱더 그렇다"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상당히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판매·재고 정보가 공개되면 반도체 시장 가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만약 경쟁사에 정보가 넘어갈 경우 영업 전략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설문에 응할지 말지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 강제력을 동원해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제출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반도체 업계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 공개가 영업에 발목을 잡힐 수 있어 아무리 미국 정부라도 정보를 덜컥 내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우리 반도체 업체들이 설문 시한인 오는 11월8일전까지 한 달여 이상 남은 만큼 시장 상황을 보면서 정보 공개의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 자체가 초유의 상황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반도체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미미해 이번 백악관 반도체 대책 회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보인다"면서 "우리 기업이 과도한 요구로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겠지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