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칼리 "'신령님이 보고 계셔' 낸 후 젊은 무당들 공감 격려"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최근 '신령님이 보고 계셔'를 출간한 무당 홍칼리는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춤추는, 1990년생 무당 홍칼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복 대신 청바지를 입고 신당 대신 카페에서 점을 보는 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지향 전업 무당'이라고 했다. "과거 무당이 되기 전에는 사회 운동, 예술 작업을 했었는데 사실 그 모든 일들이 무당이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2019년 여름 계룡산에서 내림굿을 받은 그는 '무당'이라는 이름표에 묻은 얼룩을 벗겨내고 싶어 '신령님이 보고 계셔'를 썼다고 했다. "제가 무당이 된 이후에 실제 저 자신과 기존 무당 이미지에 대한 간극이 있었어요. 저로 존재하면서 무당이라는 직업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죠. 쓰고 나니 후련하네요. 제 일상을 담은 책입니다." 독립서점을 기반으로 한 위즈덤하우스의 사전 독서 모임 프로젝트 'SSA 비밀요원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미리 선을 보인 후 다양한 반응을 들었다. 특히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믿을 수 있다', '영감을 받았다'는 피드백에 감명을 받았다. "무당이라는 존재가 오컬트계에서 신비화된 존재예요. 그만큼 오해도 많고. '영성'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안에 있고 그걸 느끼게 해주고픈 마음이 컸어요. '신'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나 또한 신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코로나19가 있기 전부터 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상담으로 점을 봤다. "무당은 진작부터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이라며 "신당 대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점사를 보고, 한복 대신 편안한 면바지를 입고 다닌다"고 했다. 이번에 책을 펴낸 뒤 다른 '젊은' 무당들의 격려 메시지도 받았다. 그는 "'내가 이상한가' 이런 고민을 하는 무당들도 있다. 돼지머리 역시 꼭 올려야 하나 싶으면서도 다들 하니까 했다고 한다"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동물들을 위해 같이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지만 요즘은 주로 20~30대가 많다. 그는 "사회에서 소위 '정상성'에서 어긋나 자신의 위치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며 "예를 들면 대학은 꼭 가야 하는지, 결혼은 꼭 해야 하는지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런 손님들에게 무당 홍칼리는 어떤 답을 건넬까.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요. 점괘를 봤을 때 결혼이라는 1대1 독점에 기반한 제도를 선택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게 잘 맞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많이 와요. 그럼 그대로 얘기해주죠." 최근 한 50대 손님은 채식 시작 후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고민하다 그를 찾았다. "사회적인 눈총을 받고 힘이 든다며 저를 찾았는데 그 분이 이상한 게 절대 아니다"라며 "힘을 드리고, 손님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을 해준다. 무당은 일종의 상담사"라고 강조했다. 홍칼리는 "많은 손님들은 자기 속얘기를 풀 곳이 없어 저를 찾아와 은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며 "그렇게 얘기하며 눈물도 흘리고 이야기하다 보면 풀릴 때가 있다. 점집이 속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화장실 같은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차기작으로 가제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를 준비 중이다. "다양한 위치에 있는 여러 무당을 인터뷰해 글로 정리하고 있다"며 "트랜스젠더 무당, 장애인 무당, 은퇴한 무당, 자활을 돕는 무당 등 여러 사람이 있다. 무당들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쓰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