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권 쥘려면…2030잡기·정책역량 강화·외연확장
50~60대 이상 압도적 지지…2030세대·호남·중도층 표심은 취약대선 출마 후 호남 지지율 급락…박근혜처럼 최소 10% 넘겨야자질론 시비 원인은 정책 역량 부족…'시그니처 정책' 아직 없다직설화법으로 막말, 실언 논란 자초…리더십 불안 자충수 될 수도
윤 후보는 정치 참여를 저울질할 당시만 해도 지지율이 전 세대·지역에서 고른 분포를 보였다. 한때 국민의힘의 당세가 떨어지는 호남권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적도 있었지만, 대선 출마 선언 후 4개월 이상 지난 현 시점에는 세대·지역 모두 '지지율의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윤 전 총장에 기대를 건 중도·탈진보 세력의 이탈을 반영하는 것으로 외연확장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윤 후보는 50~60대 이상 중장년층과 영남권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20~40대 청년층이나 호남, 수도권 등 부동층이 밀집하거나 친여(親與) 성향이 강한 험지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한때 공정을 기치로 내건 윤 전 총장에 청년층이 높은 지지를 보낸 적도 있었지만, 주120시간 노동, 페미니즘-저출산 연계 발언 등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청년 세대의 민심 이반을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청년층이 내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만큼 윤 전 총장이 청년 세대와 얼마나 깊이 교감하고 표심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윤 전 총장은 주로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인스타그램에 반려견 사진을 올리는 등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통해 젊은 층에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른바 '개 사과' 사진 논란으로 SNS 계정을 폐쇄하는 등 역효과를 낳았다.
호남을 끌어안는 지역주의 극복도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윤 전 총장은 충청 대망론을 기반으로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지금은 영남권을 제외하면 압도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 없는 실정이다. 이는 TK 출신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불모지인 영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윤 전 총장의 텃밭에서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윤 전 총장이 안정적인 지지율 관리를 위해선 호남이나 충청, 수도권 등 영남을 제외한 타지역에서도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대선 본선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초박빙 접전 속에서 전남(10.0%)·전북(13.22%) 지역의 득표율이 간신히 두 자릿수를 기록해 당선됐다는 점도 윤 전 총장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자들과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며 "특히 홍 후보의 강점인 2030세대를 어떻게 흡수할 것이냐가 최대 과제"라고 꼽았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여론조사를 보면 20~30대 지지율이 한 자릿수"라며 "그럼 대선에서 못 이긴다. 2030 지지율이 높은 홍 후보를 어떻게 안느냐, 그게 큰 숙제"라고 했다. 윤 후보가 본선 링 위에 오른 만큼 자질론 시비에 휘말렸던 정책 역량도 남은 4개월 동안 중점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시그니처 공약'이 없다는 점도 윤 후보가 풀어야 할 과제다.
윤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세금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공약을 내놓은 바 있지만, 다른 대권주자들과 큰 차별화를 하지 못해 국민의 뇌리에 각인될 순 없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과 같이 '기본시리즈'가 이재명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공약'이 된 것처럼 윤 전 총장이 트레이드마크로 삼을 만한 대표적인 정책, 공약을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경선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대표 정책 공약 대결은 실종됐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것도 윤 후보가 설익은 비전을 내놓거나 정책 역량이 떨어지는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경선 토론에서 심도있는 정책 논쟁을 할 수 없었던 원인으로 윤 후보의 부족한 정책 역량을 지목한 바 있다. 최근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 주4일제, 음식점총량제 등 이재명 후보의 정책이 거센 논쟁을 촉발한 이면에는 윤 후보가 휘발성이 강한 정책을 내놓지 못해 상대적으로 이 후보 정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사실을 반증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중도층과 청년세대로 지지층을 확장해야 대선 승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만큼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큰 20∼40대를 겨냥하거나 중도와 진보세력까지 포용하는데 정책, 공약의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정책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물량 공세보다는 확실한 2~3개를 집중적으로 띄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적 자질은 리더십, 소통 능력, 시대를 바라보는 시대정신이 중요한데 시대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이재명 후보는 뚜렷하지만 윤석열 후보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며 "정치에 대한 기본적 개념이 없고, 정책 역량이 안 되면 국민에게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그게 없으면 좌충우돌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윤 후보는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중도 사퇴한 후 석달 만에 대선 출마를 선언해 정계 입문한 뒤 끊임없이 구설수에 시달렸다.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건전한 교제도 막는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안 됐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청약통장 모르면 치매환자",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을 빼면 정치는 잘했다" 등 잦은 실언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윤 후보가 넘어야 할 또다른 산은 후보 본인의 입(口)이라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올 정도다. 당 일각에선 윤 후보가 정치 초년생이라는 점을 들어 정상참작 요소로 관대하게 인정해줬지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말 한마디가 판세를 크게 출렁이게 만들 변수가 되는 만큼 화끈한 성격인 윤 전 총장이 직설화법에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TV토론에서 달변가인 이재명 후보에게 수세적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선 '입 조심'부터 신경쓸 필요가 있다. 윤 후보가 "(개 식용)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식용 개는 따로 키우지 않냐"는 발언으로 동물애호가나 시민단체로부터 망언 논란을 일으켜 이 후보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본선에서는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실언으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갈림길에 서는 건데, 특히 윤석열 후보는 조심해야 한다"면서 "주변에서 조심하라고 하는데도 통제가 안 되는데, 입을 다물수도 없고,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단 본인이 말하는 것을 줄이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며 "위기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위기관리를 잘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며 주변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