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의 반려학개론]세상 모든 동물이 퍼스트 애니멀
'퍼스트 레이디'가 '대통령 부인'을 뜻하는 것처럼 퍼스트 도그는 '대통령 반려견'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퍼스트 도그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반려동물 문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 여기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화목한 가정'이 최고의 덕목인 미국 정가에서는 본인, 배우자, 자녀 그리고 반려동물로 이뤄진 가정이 화목함을 표현한다. 정치를 펼치는 데 '완전체'가 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돼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면 반려견도 함께 들어가 퍼스트 도그로서 주목받게 된다. 물론 고양이가 함께 가면 '퍼스트 캣'이 되지만, 미국도 개가 고양이보다 훨씬 많기에 퍼스트 도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에서도 언젠가부터 퍼스트 도그가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이 또한 국내에서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한 영향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면서 경남 양산 사저에서 키우던 반려견인 풍산개 수컷 '마루', 반려묘 '찡찡이'와 함께 청와대로 갔다. 취임 직후 후보 시절 유기견 입양 약속을 지켜 '토리'를 입양해 '퍼스트 애니멀'은 3마리가 됐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풍산개 암컷 '곰이'를 선물 받아 네 마리로 늘어났다. 올해 7월 마루와 곰이가 새끼 7마리를 낳아 퍼스트 애니멀이 11마리로 불어났다 지방자치단체들에 풍산개 새끼를 분양해 이젠 원래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이전 대통령들에게도 퍼스트 도그가 있었으나 그리 회자하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진돗개, 노태우 대통령은 요크셔테리어를 기른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풍산개 '단결' '자주'를 '우리' '두리'로 개명해 키웠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진돗개와 청와대에서 살았다. 이번 대선 후보 중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가장 많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견 4마리, 반려묘 3마리로 총 7마리에 달한다. 이중 스타 반려동물은 '토리'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반려견과 이름이 같다. 게다가 역시 유기견이다. 입양 시기는 2012년으로 알려졌다. 토리는 진돗개 혼종이다. 윤 후보 자택이 아파트라고 하니 필자가 주장하는 '아파트 진돗개 반려화'의 좋은 예인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반려동물이 따로 없는 듯하다.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도 키우는 반려동물에 관해 알려진 것은 없다. 새로운 퍼스트 도그, 퍼스트 캣의 영예는 어느 아이가 안게 될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집에서 이미 키우던 아이가 될 수도 있고, 퍼스트 애니멀 없이 시작한 다음 임기 중 퍼스트 애니멀이 탄생할 수도 있다. 물론 5년 임기를 마칠 때까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다음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특정한 퍼스트 도그, 캣 그리고 애니멀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사는 모든 동물,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가축, 야생동물까지 퍼스트 애니멀이 됐으면 한다. 대통령은 모든 '애니멀'을 '퍼스트'로 여기고, 이들에게 행복하게 살 권리, 마음 놓고 살 자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후보든, 현재는 키우지 않는 후보든 대통령이 돼 진심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실천으로 보여주길 간곡히 청한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