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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유리조각가' 신재환 "이질적인 것도 마음 녹이면 통해요"

등록 2021-11-19 05:05:00   최종수정 2021-11-29 10: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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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딛고 조각가로 우뚝

'대리석 유리조각' 국내 최초 선봬

24일부터 삼청동 갤러리41서 개인전

3년만에 신작전...'경쾌+세련미'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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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환, 둥지_대리석, 유리_25x20x65cm, 2021.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깎고, 쌓고, 깎고, 쌓고. 힘이 세진 반복은 '영원의 탑'이 된다.

조각가 신재환은 돌과 유리를 조련한다. 돌을 자르고 유리를 잘라 이어붙인다. 돌도 유리도 예민하다. 자칫 방심하는 사이, 으스러지고 깨져버린다. 돌과 유리의 반동에 놀라면 안된다.

"조각가는 일희일비 할 수 없다. 평생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각 장애를 딛고 20년째 돌조각가로 활동했다. 그는 '한국 석조각의 대가' 전뢰진에게 6년간 사사했다. 하루종일 돌에 빠져 돌에서 사람과 새를 꺼내며 구상조각에 몰두하던 그가 추상조각가로 변한건 2019년, 유리 조형에 심취하면서다. 남서울대학교 유리조형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며 주경야독의 열정을 불태웠다.

"대리석과 유리를 접목하면서 많은 진통을 겪었다." 수없는 실패와 끝없는 시도는 결국 '돌·유리조각'의 신세계를 열게 했다.

묵직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전통적 소재 '대리석'과 빛을 통과시키는 동시에 색을 발현시키는 현대적인 소재 '유리'를 접목한 작품은, 그를 국내 최초 '대리석 유리조각가'로 거듭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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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환, 그 곳을 향하여_15x10x29.5cm_대리석, 유리, 2021



'하나의 탑(塔)'을 연상시키는 작품은 적지 않은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인생은 어디로부터 나서 무엇을 위해 다시 어디로 가는가, 라는 원론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은 "신재환의 조각은 바로 그 '인생염원의 탑(塔)'이다. 자연의 원성(原性)을 그대로 지닌 돌과 유리만을 주재료로 사용한 정념의 탑"이라고 평했다.

그는 한 살 때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린시절 한국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이 롤모델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운보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운보 김기창 선생처럼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예술세계로 들어왔다. 생전에 만났던 김 화백이 "좋은 작가로 성장해서 장애우를 위해 보람있는 일 많이 하라"는 그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돌과 유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건 그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돌과 유리는 서로 생명이 없는 듯한 차가움의 느낌을 주고 있지만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한" 의지가 담겼다.

밝은 색과 어두운 색, 투명함과 불투명함 등 상반된 색의 조합은 인간의 이중성과 순수성의 변질 등을 표현하지만 그 또한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세상을 꿈꾸는 메시지다.

돌과 유리는 여러 층으로 이어붙여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 빛의 역할이 한몫한다. '돌유리조각'에서 나오는 빛은 또다른 감성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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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환, 그 곳을 향하여, 대리석, 유리 25.5x20x65(H) 2019



“나의 작품이 가진 특징은 두 가지의 이질적인 유리와 돌을 조립하고 가공해 추상적 미감을 극대화했다. 기하학적 구조와 패턴에 바탕을 두고 있는 작품은 고도의 형식미를 탐구해온 신고전주의적 미감과 통한다.”

돌과 유리작업은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는다. 즉흥성이나 우연한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투자한 시간만큼만 작품의 완성도를 얻을 수 있다.

신재환 조각가의 내공과 기초에 충실한 시간의 흔적을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24일부터 서울 삼청동 갤러리41에서 여는 개인전 타이틀은 '그곳을 향하여(Toward that the place)’다. 2019년 첫 선을 보인후 3년만에 다시 나온 대리석유리조각은 이전보다 더 경쾌하고 부드럽고 세련미가 넘친다. 유리조형 박사학위 청구전이기도 하다. 12월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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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환 조각가.


◆신재환 조각가는?
조각가가 되기까지 숱한 고비를 넘겨왔다. 어린시절 서양화를 배운 그가 조각의 길로 들어선 건 서울 압구정동 현대고 재학 시절 우연히 찰흙으로 빚은 테라코타 작업이 선생님의 눈에 띄면서부터다. 청각과 언어장애가 있어 대학입학도 쉽지 않았다. 5수끝에 상명대학교 조소전공에 입학했고, 2002년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과를 졸업했다. 2017년 남서울대학교의 유리조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개인전 13회(서울의 청작화랑 외 홍콩, 중국)를 가졌으며, 120여회의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SOAF-서울오픈아트페어, PLAS-조형아트서울, Seoul Art Show, 뉴욕 아트엑스포, 아트 시드니, 상하이 아트페어, Art 베이징, 컨텍스트 아트 마이애미, 휴스턴 아트페어, 밴쿠버 아트페어 등 세계 유명 아트페어에 70여회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상문고등학교, 사직공원(종로구청), 전농동 SK아파트, 거제도 대우조선소 사옥, 휴스턴 한인회 등에 소장되어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대진대학교, 상명대학교 등에서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사)한국조각가협회, 삶-이야기 조각회, 시립조각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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