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사모펀드 투자금 눈덩이…"기업가치 부풀려지고 있다"
SPAC 투자금 522조원·사모펀드 투자금도 368조원SPAC 통해 상장한 회사들 75%가 상장가 못 미쳐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새로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데도 투자자들이 수천억달러를 벤처기업들에 투자하고 있어 기업가치가 부풀려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로 인해 내년초 상장되는 회사들의 경우 자금이 크게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딜로직(Dalogic)에 따르면 미상장 회사를 합병해 상장하는 특수목적인수합병법인(SPAC)들이 지난 10월과 11월 연속으로 120억달러(약 14조2440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그 이전 3개월 동안의 평균 투자금 모금의 2배에 달한다. 12월들어서도 현재까지 매일 3개의 SPAC가 설립되고 있다. 지난 1분기보다는 적은 기록이지만 수백개에 달하는 SPAC이 앞으로 2년간 인수합병을 통한 상장에 투자할 자금이 1600억달러(약 189조8400억원)에 달한다. 벤처캐피털사와 사모펀드에 기탁된 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일명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 벤처캐피털의 투자전 약정투자금)로 불리는 자금 규모가 이달초 4400억달러(약 521조9720억원), 사모펀드 자금이 3100억달러(약 367조6910억원)에 달한다. 상장기업들에 투자된 자금 중 수천억달러가 사라졌는데도 기업 공개에 투자할 자금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와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데 따른 변화다. 분석가들의 예상치보다 기업 공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막대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당국이 인수합병을 위해 설립한 서류회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내년에 금리가 오르면 초기단계 기업들에 대한 야심적 투자의 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들과 기업 경영인들은 신규 기업들이 자금을 확보하는 몇 가지 수단으로 다음 몇가지를 꼽고 있다. 특히 탈탄소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금이 대기하고 있다. SPAC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일명 'SPAC-offs(SPAC들간의 맞대결)'이라는 경쟁을 벌이면서 신규기업들에 투자되는 자금을 끌어올리고 있다. 창업기업 인큐베이션 전문 아이디어랩(Idealab)의 설립자 빌 그로스는 "세상에 성장을 통한 보상을 노리는 자금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현재 태양전기 벤처사인 헬리오젠사의 CEO를 맡고 있다. 헬리오젠사는 2023년까지 수입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0억달러(약 2조3724억원) 규모의 SPAC 거래를 통한 상장을 추진중이다. 아이디어랩이 보육하는 다른 기업 에너지 볼트사는 지난 9월 16억달러(약 1조8973억원)의 SPAC 합병을 발표했었다. SPAC에 몰린 자금 외에도 벤처캐피털사와 상장회사에 주로 관심을 가졌던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사와 같은 헤지펀드의 자금이 산더미같이 쌓이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들어 하루 1곳 꼴로 340곳에 가까운 유니콘 신규기업이 평균 10억달러(약 1조1860억원)의 사모펀드 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지난해의 3배 규모다. 식품유통 신규기업 그럽마켓의 CEO인 마이크 수는 지난 여름 회사가 수익을 내고 있다며 5000만달러(약 593억원)의 신규투자금을 받으려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11월 현재 이 회사 투자확약금이 2억4000만달러(약 2845억원)를 넘었다. 투자희망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투자 상담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4000만달러(약 474억원)를 투자한 타이거 글로벌사도 포함돼 있다. 그는 "(투자자 모집이) 엄청나게 빨리 진행됐다"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12억달러(약 1조423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 투자자에는 블록록사도 포함돼 있다. 아이디어랩사가 보육하는 회사로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배출을 직접 제거하는 일을 하는 벤처기업 카본캡처사도 포함된다. 이 회사도 최근 첫 투자금 모금에서 3500만달러(약 415억원)을 확보했다. 대규모 기술기업들의 연금 펀드와 국부펀드도 신규 기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신규기업의 공개가 예전보다 관심이 줄었지만 신규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열기는 전혀 식지 않고 있다. 한 상장지수펀드에 따르면 SPAC를 통한 기업 상장이 올들어 25% 줄었다. 반면에 기존 방식으로 기업을 상장한 회사들은 지난 3개월간 15%만이 줄었다. SPAC이 기업을 빠르게 상장하는 새로운 투자금 모금 방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월스트리트와 실리콘 밸리를 장악하게 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PAC은 합병을 통한 기업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로 당국이 합병 거래를 승인한 뒤에야 증시에 상장된 SPAC을 인수회사로 변경할 수 있다. SPAC이 인기를 끄는 이유중 하나는 신규기업이 기존의 기업상장과정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사전 사업규모 예상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우회상장 회사들이 당초 예상치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떨어진다. SPAC 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SPAC거래를 통해 상장된 200개 이상의 회사 가운데 75%가 SPAC 상장 가격에 못미치고 있으며 40개 이상의 회사의 가치가 50% 이하로 떨어졌다. 당국은 일부 SPAC 상장 회사 주가가 공매도세력의 부당 개입으로 하락했다는 주장을 조사하고 있다. 신규 상장된 전기자동차회사들이 주 대상으로 이들 회사의 CEO들이 대거 사임했었다. 많은 분석가들은 SPAC방식이 신규기업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상장되도록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도어 대시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회사를 찾아서 투자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신생 기업들을 찾아서 투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초기 투자자들이 넉넉한 투자 수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방지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큰 관심대상이다. 테슬라자동차사에 대한 투자로 이런 기류에 편승한 것이며 많은 에너지 전환 관련 기업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청정에너지저장회사인 스템사의 CEO 존 캐링턴은 "기업가치가 갈수록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좋든 싫든 자본이 많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역시 연초 SPC 거래를 통해 상장된 뒤 기업가치가 두배로 올라 28억달러(약 3조3211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매출은 3분기 4000만달러(약 474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분석가들은 승자와 패자 사이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금융분석사인 불릿 포인트 네트워크사의 CEO 마이크 라이언은 "SPAC과 사모펀드 자금이 기업들의 자금모금을 쉽게 만들지만 궁극적으로 나쁜 회사를 높은 기업가치로 상장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