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걸파 우승' 턴즈, 세상을 뒤엎다…"'반짝하는 팀' 아닌 길게 갈래요"
조나인·송희수·김채원·김나현·박난주 다섯 멤버로 구성압도적인 기량으로 초반부터 '어우턴'(어차피 우승은 턴즈) 유행
댄스 크루 '턴즈'가 지난 4일 엠넷 여고생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스걸파')의 파이널 무대에서 선보인 거미 콘셉트 무대는 전율을 선사했다.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의 '유 슈드 시 미 인 어 크라운(you should see me in a crown)'을 배경음악으로 삼았다. 그로테스크한 곡의 분위기가 턴즈 다섯 멤버들의 신체와 표현력으로 구현이 됐다. 그들이 쳐놓은 댄스 거미줄에 갇혀 허우적거렸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유 슈드 시 미 어 크라운'은 아일리시가 BBC 드라마 '셜록'을 보고 영감을 받은 곡. 홈즈의 최대 난적인 모리아티가 "넌 내가 왕관을 쓴 모습을 봐야 해"라고 말한 부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특히 세로 화면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일리시 입에서 살아 있는 거미가 나오는 부분이 크게 화제가 됐다. 홈즈가 모리아티를 거미에 비유한 것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팝계는 해석한다. '유 슈드 시 미 어 크라운' 관련 이를 능가하는 콘셉트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턴즈가 신체의 물성으로 표현해낸 거미는 그에 못지않았다.
이들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 출연해도 무방할 정도의 압도적인 기량으로 '스걸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방송 초반부터 '어우턴'(어차피 우승은 턴즈)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최근 상암동 CJ ENM에서 만난 턴즈 멤버들은 "'스걸파' 무대 위에서 저희끼리 합이 맞을 때의 쾌감이 대단했다"고 돌아봤다. 송희수는 "'스걸파' 무대를 할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희열과 감정을 느꼈다"고 흡족해했다. 김채원도 "저희가 노력한 만큼 결과물이 나왔고 함께 춤을 추는 재미도 느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스걸파' 톱6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대단한 기량을 보여준 '아마존'의 박혜림·노원·윤인정과 조나인·송희수가 원래 한 팀이었다. 하지만 내부 사정(항간에 알려진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으로, 이 조합은 무산됐다. 조나인·송희수는 학교 후배 김채원·김나현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청소년 댄스 팀 '에이유스(A-Youth)'에서 함께 활약한 박난주까지 영입하면서 턴즈가 완성됐다. 리정이 이끄는 팀 YGX에 속해 '스걸파'의 대부분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턴즈 멤버들이 항상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이 미션을 소화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5일. 턴즈 리더 조나인은 "3일을 헤맸고 중간 평가 미션에서 합동 구간에 저희 안무가 채택이 되지 않았고 (리정의) 피드백이 좋지 않기도 했죠"라고 돌아봤다. "감각적으로 접근을 해서 이미지로 표현해보자고 생각한 뒤 잘 됐어요. 그 때 뻥 뚤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걸파의 3차 'K팝 안무 창작' 미션에서도 턴즈는 빛났다. 팀 홀리뱅 소속 앤프와 있지(ITZY)의 '#트윈티(Tweenty)'로 맞대결했는데, 전기가 흐르는 듯한 일사불란한 안무로 극찬을 받았다. 이처럼 팀으로도 막강하지만 턴즈는 개별적으로도 성인 이상의 기량을 지닌 댄서들이다.
이미 프로 생활을 한 조나인은 "근 2년이 정말 힘들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기회가 없고 무대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동안 실력을 꾸준히 쌓았고 기회가 닿았을 때 그걸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개성 강한 송희수는 원래 K팝 아이돌이 꿈이었다. 중학교 1학녀 때 학원에서 노래와 춤을 배웠다. 그러다 조나인·박난주와 한팀에서 생활했고 서공예 실용무용과에 진학하게 됐다. "아이돌이 아닌 댄서를 지망하는 친구들이 많은 곳이에요. 춤에 대한 열망이 대단해서 저 역시 춤의 시너지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3~4년 동안 아이돌을 지망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출난 외모가 아니고,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인정을 하게 된 거죠. 이후에 완전 춤에 빠졌어요. 제 주 장르는 코레오 그래피예요. '송희수 스타일'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장르죠."
"무대를 보면서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제게 남아 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춤을 배우기 시작했죠. 근데 학원 원장님이 힙합을 강조하셔서 힙합을 배우게 됐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아이돌을 해야할 지, 댄서를 해야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댄서의 길을 택했어요. 팀 생활을 하고 스트리트 댄스를 추면서 표현을 하는 게 정말 좋아요." 김나현은 초등학교 1학년 취미로 K팝·방송 댄스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전문반을 다니면서 대회에 나가고, 공연을 하면서 제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아이돌 연습생을 잠깐 하기도 했다. 김나현은 "그러다 서공예에 입학을 했는데 춤에 열정을 가진 댄서 친구들을 보고 놀랐어요. 이후 춤에 대한 배움의 깊이가 달라졌죠"라고 전했다.
하지만 잠시 춤을 추지 않은 때도 있었다. 춤을 춰야 할 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방향성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도 당했다. 그렇게 회복에 힘 쓰고 있을 때 조나인이 턴즈를 제안했고 이후 합류해 '스걸파'에 출연하면서 방향성이 정해졌다. 박난주는 "처음에 댄서를 한다고 했을 때 '뭐해 먹고 살 거냐' '돈을 어떻게 버냐'라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스걸파'에서 우승을 하고 나니까 확실히 반응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김채원도 "제가 춤 추는 것에 대해 아빠가 큰 관심을 두지 않으셨는데, '오징어 게임'을 좋아하시거든요. 저희 '오징어게임' 영상을 매일 돌려보시면서 좋아하세요. 거실에서 항상 보셔서 제 방에 있는데도 환청이 들릴 정도"라고 웃었다.
조나인은 원래 순하고 착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스걸파'에서 과묵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 면모만 부각됐다. '스걸파' 우승 이후 출연한 여러 방송에서 자신이 장난치는 걸 본 대중이 "신기하다"고 반응하는 것이 재밌다며 한참을 깔깔댔다. 김나현은 '스걸파' 출연 이후 한층 더 성숙해졌다. "춤에 대한 이해도나 진로의 방향성뿐만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대화도 생각도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긍정했다.
이들이 향후 세울 계획과 목표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크다. '스우파' 시즌2 출연, 단독 콘서트 등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조나인은 "'스걸파' 끝나고 반짝하는 팀이 아닌 길게 보고 있는 팀이에요. 일정한 텐션을 가지고 오래도록 같이 춤을 추고 싶다"고 바랐다. 춤과 관련해서는 프로다운 이들이지만 보통 때는 또래의 여고생들 같다. 특히 박난주는 "또래인 나현이와 채원이는 이번 '스걸파'를 통해 처음 만났어요. '스걸파'도 끝났으니까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좋아지면 함께 놀러도 가고 싶다"고 바랐다. 김나현도 "언니, 친구들 하고 같이 얼른 힐링하러 갔으면 좋겠다"고 동의했다. 턴즈 멤버들이 YGX의 리정(조나인·송희수는 리정의 제자이기도 하다)을 보면서 댄서를 꿈 꾼 것처럼 이제 수많은 여중생·여고생들이 턴즈 멤버들을 보면서 댄서를 꿈꾸게 됐다. 조나인은 이들에게 "일단 무식하게 춤을 춰라"라고 조언했다. "10대 때는 계획적으로 무엇을 하기보다 그 때 하고 싶은 걸 우선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과정 중에 믿음이 생기고 확신이 생기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