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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이자람 오마주…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등록 2022-02-23 15:12:35   최종수정 2022-03-07 09: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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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새 EP '공중부양' 발매…"솔로 기본값이자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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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기하. 2022.02.23. (사진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는 이 제목 그대로의 노래다.

장기하가 지난 22일 음원사이트에 공개한 새 EP '공중부양'의 수록곡 중에서도 발군이다. 노랫말은 저 제목의 단어가 전부다. 미니멀한 사운드 위로 특유의 뉘앙스로 유려하게 흐르는 장기하의 음성이 독특한 리듬감을 부여한다. 샘플링된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 '심청가'가 박자를 밀고 당기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심청을 찾아나가다 물에 빠진 심봉사를 화주승이 구하는' 대목이다.

이자람의 '심청가'는 정품 CD만 군대에 반입이 되던 시절에 장기하가 주구장창 들었던 소리이기도 하다. 이자람이 입대한 그에게 '심청가' 완창을 담은 4CD짜리 세트를 선물했다.

장기하는 2002년 결성된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로 활약하기 전부터 이자람을 알았다. 이자람은 이미 그 때 명창으로 이름을 날렸다. 장기하가 자작곡을 들려주면 "재밌네"하며 그를 예뻐했다.

23일 온라인으로 만난 장기하는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는 이자람에 대한 공개적인 오마주라고 선언했다.

"이자람 누나의 '심청가'를 군대에서 내내 들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판소리가 이렇게 대단하구나'를 느끼며 울고 웃었죠. 우리말의 확장성과 운율의 가능성에 대해 크게 느꼈어요. 그때 느끼 것들, 배운 것들이 제가 음악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됐죠. 그런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2008년 '싸구려 커피'를 통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장기하는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인디 밴드계 세대교체를 불러왔다는 평을 들었다. 옛날 사운드 향취와 공감을 산 현실 밀착의 노랫말, 실험적인 구성 등이 인기 이유였다.

특히 정확하게 발음하며 뉘앙스를 잘 살린 우리말 가사를 들려줬다. 우리말을 우리말스럽게 썼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한국 대중음악의 다른 결을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한편에선 그의 노래가 랩처럼 들려 일부 팬들은 장난기를 좀 섞어 장기하를 '국힙(국내 힙합) 원톱'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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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기하. 2022.02.23. (사진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18년 밴드 '장기하와 얼굴'을 졸업하고 이번 '공중부양'을 통해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나서는 장기하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살렸다.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를 비롯 5곡이 실린 이번 앨범에서 랩 같은 내레이션으로, 우리말 운율을 더 살려냈다.

'싸구려 커피'에 청년의 가난과 고달픔을 집어넣는 등 은연 중에 사회풍자 요소도 섭렵해온 그는 '부럽지가 않어'에도 문제 의식을 담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부러움의 대상이 될 만한 사람들의 일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면서 부러움이란 감정을 이용해서 장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을 점잖지만 위트를 넣어 꼬집었다.

뮤직비디오엔 검은 공간에서 장기하가 홀로 양손을 움직이는 모습을 그렸다. 부러워하지 않으려 하지만, 자꾸 부러워하게 되는 말과 마음의 불일치를 시각화했다는 것이 뮤직비디오 연출의 의도다.

이번 앨범의 또 특이한 점은 대중음악, 특히 밴드 형태에서 리듬감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베이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저다운 것이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제 목소리를 활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앨범에 실린 모든 트랙에 베이스가 전부 빠졌죠."

중력처럼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베이스가 빠진 것에 대해 장기하는 "디딜 땅을 잃은 채 둥둥 뜬 음악"이 됐다고 자평했다. 그래서 제목이 '공중부양'이기도 하다.

장기하는 이번에 믹싱 엔지니어로 나서기도 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앨범 5집 '모노(mono)'를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녹음하는 등 소리를 균질하고 단순하게 만드는데 이미 주력해온 그다. 이번 앨범의 사운드 역시 간소하다. 이번에 믹싱 엔지니어로 데뷔했다고 너스레를 떤 장기하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사운드의 질감은 '제 귀를 만족스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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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기하. 2022.02.23. (사진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해체된 이후 항간에서는 장기하가 음악계에서 은퇴하냐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앞서 발매된 선싱글 '2022년 2월22일'을 통해 "나 은퇴한 거 아니야"라고 유쾌하게 답했던 장기하는 "이번 앨범이 '솔로 장기하의 기본값'이자 '솔로 장기하의 출발점'"이라고 명명했다.

"'자기소개서' 같은 거죠. 결과물이나 작품으로서 이야기하기보다, 이 정도 지점의 좌표를 찍었다는 것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다른 창작자 분들에게 전하는 작품이기도 해요. '좋은 아티스트와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가 솔로 장기하의 중요한 음악적 목표이기도 하거든요."

어느덧 장기하는 불혹(不惑)을 넘겼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다. 팬들과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 그는 스스로를 '빼마'라 칭했다. '빼도 박도 못하는 마흔', 즉 '빼막 마흔'의 줄임말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만큼 새 프로젝트도 무궁무진한데, 흔들림 없이 확신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같은 솔로 콘서트를 3월 17~20일, 24~27일 더줌아트센터에서 연다. 평소 '한글 지킴이'로 통하는 그답게 채희준 서체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서체인 '기하'도 내놓는다.

"다음엔 누구랑 같이 무엇을 해야겠다는 계획이 차곡차곡 생길 것 같아요. 계속 실행해 보고 싶어요. 그간 (협업) 싱글을 많이 내보지 않아 많이 내보고 싶고요. 지난 20일이 제 생일이었는데 '공중부양'과 동시에 솔로 커리어가 딱 시작됐으니, 40대는 그렇게 쭉 보낼 것 같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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