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수지도 믿는다…강승원, 그 이름 석자면
정규 2집 음원 선공개 프로젝트 진행 중예순살 언저리인 2017년에 '강승원 1집'앞에 선뜻 나서지 않은 '경건의 미학' 평올해 TV 프로그램 음악감독 데뷔 30주년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고 있는 이 뮤지션들의 공통점이 있다. 음악감독 겸 작곡가 강승원(63)을 믿는다는 것. 강승원이 작업 중인 2집(제목 미정) 음원에 참여했거나 공개를 앞두고 있는 음악가들이다. 최근 서울 옥수동 작업실에서 만난 강승원은 이 뮤지션들과 작업에 대해 긴 설명 대신에 "재수가 좋아서"라면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강승원은 이런 식이다. 그는 그냥 노래다. 부연 설명은 필요 없다. 고(故) 김광석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 '서른 즈음에'는 그가 진짜 서른 즈음에 만든 노래. "또 하루 멀어져 간다"라는 첫 소절부터, 서른을 앞두고 있든 지났든, 모든 이들의 공통감각을 끄집어내는 마법 같은 기적을 이 노래는 빚어낸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시작하는, 그가 또 작사·작곡한 초코파이 CM송은 어떤가. 이 노래는 CF에 삽입된 곡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됐다. 그런 강승원이 예순살을 목전에 둔 지난 2017년 발매한 데뷔작 '강승원 1집'은 대중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이 음반 역시 작사·작곡은 본인이 전부했다. '달려가야 해' '나는 지금'만 본인이 불렀을 뿐 대다수의 노래는 다른 가수들에게 맡겼다. 앞에 선뜻 나서지 않은 '경건의 미학'이라는 평이 붙었다. 강승원은 1집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같이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해준 분들이 흔쾌히 도와준 앨범"이라서다. "굉장히 소중한 분들이에요. 모든 일이라는 것이, 결국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작품의 탄생은 혼자의 일이 아니니까 고마운 마음 뿐이죠." 이런 강승원의 마음이 이번에도 연쇄 작용을 일으켜, 많은 뮤지션들이 그의 이번 2집 작업에도 앞다퉈 참여했다. 현재까지 자이언티, 장필순, 아이유, 선우정아의 음원이 먼저 공개됐다. 지난해 9월 자이언티 가창으로 공개된 '20세기 사람들'이 2집 첫 싱글이었다. 자이언티는 지난 '강승원 1집' 때도 '무중력'이라는 곡에 참여했다.
"이 곡을 만들고 시간이 훅 지났네요. 제목만 일부 바꿨고 가사는 전혀 안 바꿨어요. 1집에서 마지막으로 공개했던 곡이 '20세기 캐럴'인데 이 곡과 '20세기 사람들'이 연결되는 기분이 들어 이번에 제일 먼저 공개를 했습니다. 메인 스트림에서 조금은 밀려나간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지난해 10월 발매된 두 번째 싱글 '숨바꼭질' 가창은 장필순이 맡았다. 장필순의 음악 동료이자 그의 삶의 동반자인 포크 듀오 '어떤날' 출신 조동익이 편곡과 믹스, 마스터링을 담당했다. 두 뮤지션과 절친한 강승원이 이들과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하게 작업할 기회를 계속 놓쳤어요. 이번에 곡을 만들고 장필순 씨와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부탁했죠. (장필순과 조동익이 사는 제주도에서 작업해) '메이드 인 제주' 곡이에요." 올해 1월 공개된 강승원 2집 프로젝트의 세 번째 곡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H₂O))'는 아이유가 불렀다. 아이유와 강승원의 인연은 오래됐다. 아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강승원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강승원은 "아이유는 속 깊게 행동을 하는 친구인데, 이번에 기꺼이 참여를 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지난달 발매된 강승원의 2집 프로젝트 네 번째 곡 '봄바람'(Spring Breeze)은 선우정아가 불렀다. 선우정아는 지난 강승원 1집 때 편곡 작업에 참여했다. 강승원은 "선우정아는 너무 좋아하는 뮤지션이에요. 음악적으로, 기술적으로, 내용적으로도 뛰어난 뮤지션"이라고 칭찬했다. 앞으로 공개될 뮤지션들의 음원 역시 기대감이 크다. 특히 이례적인 가창자는 그룹 '미쓰에이' 출신 배우 겸 가수인 수지. 작년 강승원이 작업하는 녹음실에 수지가 다녀간 적이 있는데, 그녀가 노래를 잘한다는 걸 새삼 깨닫고 부탁했다. 수지는 데모를 들은 다음 "노래가 너무 좋다"며 선뜻 응했다. 이와 함께 정승환은 김광석이 탐내던 노래를, 옥수동 강승원 작업실을 제집 드나들 듯한 성시경은 본인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을, 거미는 장마철에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곡을 불렀다. 마지막에 공개될 노래는 강승원이 직접 부른다. "2집은 LP로만 발매할 거예요. LP가 진짜 음반 같기도 하고, 기능적으로도 더 소리가 좋거든요." 강승원은 원래 1집을 내기 전까지는 1집만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1집을 낸 이후 2집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빨리 들었다. "1집만 내면 왠지 기념 음반 같은데 2집 만들면서는 3집도 만들어야 할 거 같잖아요. 미발표곡이 있는데, 그것들이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 아깝기도 하고요"라고 웃었다. "3집이 있을 지 없을 지 모르지만, 1·2집과 달리 혼자서 조촐하게 만들수도 있죠. 젊었을 때 제 작업을 많이 못해, 나이를 먹어서는 제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덤덤해요. 이제 제 생활이자 공기 같이 느껴지거든요. 처음엔 오래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노영심 씨가 TV를 한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재미나더라고요. 처음 본 가수들이 나왔는데, 노래를 잘 하는 친구들이 많고 각자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바라보는 게 즐거웠어요. 특히 듣보 보도 못한 가수들이 깜짝 놀랄 만한 노래를 하거나 연주를 하는 것을 지켜볼 때 희열이 컸죠. (KBS TV 음악 프로그램의 역사라고 하자) 저는 끼어 있을 뿐 진행하신 뮤지션들의 각자 캐릭터가 살아 있었죠."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는 TV에서 선보이기 전 '포크계의 대부'이자 '아동·청소년극의 대부'인 김민기가 이끄는 극단 학전에서 출발한 공연이다. 강승원도 학전에서 노영심과 인연을 맺었고 본인 역시 노래 모임 '우리동네 사람들'을 통해 학전 무대에 섰다. 지난해가 학전 30주년이었다. "어떻게 30년을 이끌어오실 수 있는지…. 민기 형님이 참 존경스러워요. 김광석 추모 관련 행사와 신년 하례회로 연초에 매년 모이기도 했죠." 자신에 대한 수식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노래 만드는 사람'을 꼽은 강승원은 "제 노래의 타깃이 젊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제 또래 친구들보다 20대, 30대, 40대가 들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되면, 제 음악은 제 세대에게 국한될 거 같은데 아직은 젊은 세대의 문법이 낯설지 않아요. 사실 젊었을 때가 더 늙었다고 생각해요. 서른 살에 '늙은이 같은' 노래('서른 즈음에')를 만들었으니까요. 그 때는 진짜 제가 나이가 많다고 느껴 만든 노래예요. 근데 세월이 흘러보니까 30대보다 40대가 더 즐거웠고, 50대도 나쁘지 않았어요. 30대엔 나이 많은 줄 알고 살았는데 아기였던 거죠." 무엇보다 강승원은 나이가 들면서 노래 장르, 나이를 상관하지 않은 편견에 휩싸이지 않고 있다. 그건 폼 잡지 않고, 각 잡지 않고 노래를 만들기 때문이다. '20세기 사람'의 고민과 열정이 '21세기 모더니즘'에 세련되게 안착할 수 있는 이유는 노래 앞에 한없이 겸손해지는, 윤리적인 자기검열 덕이기도 하다. "음악은 마음을 여는 일이라, 성공하거나 성공하지 못하거나를 따질 수가 없어요." 강승원은 말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그걸 조용히 증명해나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