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커상 후보 '저주 토끼' 정보라 "꿈 꾸고 있는 것 같다"
최종 후보 6명 선정...5월26일 런던서 시상식정보라 "후보 오른 올가 토카르추크 사인 받고 싶어"안톤 허 번역가 "한국 장르문학 우수성 알아봐 감사"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정보라의 '저주 토끼(Cursed Bunny)'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강 작가의 소설 '흰' 이후 4년 만에 한국 작품이 최종 후보까지 오르게 됐다. 지난 7일 부커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저주 토끼'가 최종 후보 6편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등 쟁쟁한 후보들과 함께 정 작가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 작가는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최종 후보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정 작가는 "이번 최종 후보 선정을 계기로 한국 장르문학이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정세랑 작가, 구병모 작가 등 제가 속해있는 한국 과학소설 작가연대에 쟁쟁한 장르문학 작가가 많이 속해있다"며 "저말고 다른 분들도 더 주목 받고 책도 많이 팔리면 좋겠다"며 동료 작가들을 언급했다. "한국에선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구분이 선명하고 장르문학이 시장성과 대중성은 있지만, 작품성에서 약간의 의심을 받고 있어요. 저는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어요." 정 작가는 지난 2016년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2019년 1차 후보에 올랐던 황석영 작가가 "순문학의 정점에 계신 분들"이라고 표현하며 "이전에 후보에 오르신 선배 작가들이 저와 완전히 다른 세계에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선정으로)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26일에 열리는 시상식에서는 수상작 발표가 예정돼 있다. 정 작가도 시상식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으로 떠날 예정이다. 러시아·폴란드 문학을 전공한 그는 함께 후보에 오른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의 작품을 대학원에서 교재로 읽었다"며 "교과서에 실린 분을 쇼트리스트(최종 후보) 행사에 가면 뵐 수 있다는 게 설렌다. 가서 책에 사인을 받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심사하기 때문에 번역가의 비중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부커상은 작가와 번역가 모두에게 수여 되는 상이다. 상금 또한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 갖게 된다. '저주 토끼'의 번역에 참여한 안톤 허(본명 허정범) 번역가는 이번 최종 후보 선정으로 "한국의 SF·여성·비주류 문학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차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도 번역하며 올해 부커상 1차후보 13편 중 두 편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는 뉴시스에 "한국 장르문학의 우수성을 문학적으로 알아주신 심사위원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정보라 작가를 "팔방미인"이라고 표현하며 "정 작가는 이야기 내용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문체가 뛰어나다"며 "번역하는 게 너무 즐겁고 수월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이 나온 것부터 기적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정 작가의 '저주 토끼'를 접하고 먼저 작가에게 번역을 제안해 지난해 출간까지 이뤄졌다. 그는 "롱리스트(1차 후보) 선정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쇼트리스트(최종 후보)까지 온 건 정말... 이런 자리에 다시는 설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정 작가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하는 그도 영국 런던에서 동료 번역가를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보라 작가는 올카 토카르추크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신나 계신데 저는 런던에서 다른 번역가를 만날 수 있어 설레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