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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시 유럽 안보 지형 재편…핵전쟁 위험도

등록 2022-05-13 14:51:14   최종수정 2022-05-23 09: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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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핀란드 16일 동시 가입 신청 전망…나토 "신속 승인"

러 침공으로 스웨덴 200여년·핀란드 74년만 '중립국' 포기

러 침공 후 스웨덴·핀란드 여론 반전…푸틴, 우크라戰 '역풍'

핀란드, 러와 1300㎞ 접해 있어…나토-러 접경 두 배로 늘어

러, 강력하게 반발…"군사·기술 대응 등 상응 보복 조치" 경고

나토 핵심은 '집단방위'…핵보유국 간 전면 대치 가능성 우려

러 메드베데프 "나토 가입시 전면적 핵전쟁 위험" 협박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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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나토 회원국 국기들. (사진: 나토 홈페이지) 2021.8.2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신청이 임박하면서 유럽 안보 지형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방의 군사 동맹인 나토는 32개국이 되고, 러시아 문턱까지 세력을 더욱 확장하게 된다. 나토 '동진'(東進)을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러시아로선 오히려 자국 국경까지 나토 확장을 허용하는 역효과를 낳게 됐다.

◆나토, 러 문턱까지 '압박'…러 접경 길이 두 배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70여년 간 유지돼 온 유럽의 안보 지형을 바꾸는 의미를 갖는다.

이들 국가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군사적으론 '중립국' 지위를 고수해 왔다. 핀란드는 1939년과 1940년 '겨울전쟁'으로 알려진 전쟁에서 옛 소련에 참패한 뒤 영토의 10%를 내줬고 1948년 나토 비가입을 선언, 군사 비동맹 노선을 유지해왔다. 스웨덴은 1814년 이후 200여년 간 중립국 입장을 취했다. 다만 1994년 나토와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PfP)를 맺고 협력해왔다.

나토는 미국과 유럽이 체결한 집단 방위 군사 동맹이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8개국 등 12개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9년 4월4일 출범했다. 현재 유럽 20개국이 더 가입해 총 30개국이 됐다. 가장 최근엔 2020년 3월27일 북마케도니아가 가입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소련과 위성국 간 군사동맹이던 '바르샤바 조약 기구'가 1955년 설립됐지만, 이 기구는 옛소련연방 붕괴 후 1991년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나토는 2008년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가입 가능성도 약속했지만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로 흘러왔다. 이 중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 종식을 조건으로 영구적인 중립국화를 수용하겠다고 한 상태다.

나토의 핵심은 상호 집단 방위다. 나토 헌장 5조는 동맹국 중 한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다른 회원국이 자동으로 개입해 공동 방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나토 회원국 중 미국, 영국, 프랑스는 핵 보유국이고 독일, 이탈리아, 터키, 벨기에, 네덜란드, 루마니아는 핵보유 공유국이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처음으로 핵보유국의 보호를 받게 된다. 러시아가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시 핵 전진 배치를 시사한 가운데 핵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안보 지형 변화는 실제 지정학적 지도도 바꾼다.

핀란드는 러시아 북서부 국경과 1300㎞ 접하고 있다. 현재 나토 동맹국과 접하고 있는 러시아의 국경은 6%(1400㎞) 수준인데,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권역에 들어가면 접경 길이는 배가 늘어난다.

기존 러시아 접경 나토 동맹국은 노르웨이(300㎞)를 제외하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 등 4개국에 지나지 않았다. 이 중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본토가 아닌 역외 고립된 영토인 칼리닌그라드하고만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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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우크라 침공 '역풍'…핵 전쟁 위험 고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나토의 동진 억지를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우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섰지만, 되레 자국 접경까지 나토의 확장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쟁 종식을 조건으로 나토 가입 열망을 접었지만, 대신 유럽연합(EU) 가입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미 가입 신청을 한 상태이며, 내달 23~24일 열리는 EU 이사회 회의에서 후보국 지위를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역시 러시아가 원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군사·기술적 대응을 포함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며 "우리 대륙을 더욱 불안정하고 불안전하게 만든다"고 반발했다. "나토의 확장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군사 인프라가 우리 국경에 얼마나 가까이 이동하는지에 따라 러시아의 대응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후 "핀란드가 가입할 경우 군사 기술 및 기타 성격의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4일 칼리닌그라드 서쪽 지역에서 핵 미사일 모의 훈련을 단행하는 등 잠재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러시아의 군용 헬리콥터가 핀란드 영공을 침범하는 일도 발생했다.

전쟁 위험은 높아지고 러시아의 핵 전진 배치도 우려된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켜 "침략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간 핵 사용엔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러시아 관리들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이 입장을 바꾸게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강경파이자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와 나토의 잠재적인 직접 갈등이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토 확장에 상응해 칼리닌그라드와 발트해에 러시아군 병력 증강이 불가피하다고 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전쟁에 미칠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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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1.06.15.

◆핀란드·스웨덴, 16일께 동시 가입 신청 전망

외신들에 따르면 핀란드와 스웨덴은 이르면 오는 16일(현지시간)께 나토에 가입을 동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는 지난 12일 나토 가입 신청을 공식화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공동성명을 통해 "핀란드는 지체 없이 나토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며 관련 절차를 거쳐 며칠 내에 신속하게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대통령과 총리, 각료들은 오는 15일 모여 신청서 제출에 대한 공식 결정을 합의한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도 외무장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정부가 나토 가입을 제안하는 2차 공식 보고서(white paper)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16일 의회에 제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스웨덴도 오는 16일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지금까지 나토 가입에 반대했던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은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오는 15일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정부는 16일 최종 결정을 내리고 즉시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던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 추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이뤄졌다. 핀란드의 경우 6개월 전만 해도 20% 수준에 불과하던 가입 찬성 여론이 최근 76%로 급격히 증가했다.

하비스토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안보 지형을 매우 많이 변화시켰다"며 "핀란드 내에서 나토 가입에 대한 여론도 변화시켰고, 최초로 국민 대다수가 나토 가입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스 코로넨 나토 주재 핀란드 대사는 "나토 가입에 대한 핀란드의 지지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리 안보 환경에 매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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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나토국 "전적으로 지지"…사무총장 "신속 승인"

미국과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우리는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존중할 것"이라며 "이들 국가는 모두 미국과 나토의 긴밀하고 가치 있는 방위 파트너"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니니스퇴 대통령과 통화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발트 지역이 더 안전해 질 것"이라고 반겼다.

이에 따라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열렬히 환영한다"며 "가입 절차는 순조롭고 신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입까진 수 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나토 동맹국은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 법치주의 등 3가지 요건을 심사한다. 이어 30개 동맹국의 개별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입은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 때문에 1995년 가입까지 4개월여 정도 걸렸던 독일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영국은 절차를 밟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안보 공백에 대해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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