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에 전세가격도 하락…갭투자 후폭풍 오나[뜨는 월세, 지는 전세③]
전셋값 하락, 역전세난에 사면초가 놓여세입자에 보증금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전세의 월세화' 가속화…역전세난 한몫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전세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갭투자에 나섰지만 올해 들어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전세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8794건으로 지난달(3만3331건)보다 1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달 전(3만1661건)과 비교해서는 22.5% 늘었다. 전세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 0.06% 상승했지만 2월 -0.04%로 하락 전환한 뒤 3월 –0.08%, 4월 –0.03%, 5월 –0.05%, 6월 –0.08%, 7월 –0.16%, 8월 -0.45% 등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같이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 역시 역전세난에 한몫하고 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세 수요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이 앱 접속자 1306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월세 계약을 선호하는 임차인 비율이 2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전·월세 임차인 중 57.4%가 전세 거래를, 42.6%는 월세 거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월세를 선호하는 응답자 비율은 2020년 조사 결과(17.9%)보다 크게 증가했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전세 비중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대출을 받아 수도권의 한 소형 아파트를 갭투자한 A씨는 "올해 말 전세 계약이 만료돼 새로운 세입자를 찾고 있는데 월세 문의만 간간히 들어온다"며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추가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1089억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증사고 건수도 511건으로 HUG가 관련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기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갭투자한 물건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서 경매 물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지는데 전세가율이 높아지게 되면 임차인들이 임차보증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며 "집주인들이 반환 능력이 안 되면 임차인들은 해당 부동산에 대한 경매를 신청해 임차보증금을 환수할 수밖에 없어 경매 물건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