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곧 K팝 걸그룹의 역사…방탄소년단 명성 잇는다
K팝 걸그룹 최초 '빌보드 200' 1위'대니티 케인' 이후 14년 만에 걸그룹 1위'데스티니스 차일드' 이후 21년 만에 美·英 차트 동시정상 걸그룹
데뷔 6주년을 맞은 블랙핑크는 현재 걸그룹·보이그룹 포함 명실상부 K팝 대표 그룹이다. 방탄소년단이 개별 활동 주력과 군 복무 등으로 인해 그룹 활동에 당분간 공백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걸 채울 수 있는 팀으로 통한다. 블랙핑크는 '본 핑크'로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는데, 두 차트를 동시에 거머쥔 K팝 그룹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뿐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진흥원)이 이달 초 발간한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18개국 8500명의 해외 한류 소비(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선호 한국 가수/그룹' 부문에서 블랙핑크(10.4%)는 방탄소년단(26.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블랙핑크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선 K팝 신기록을 연이어 쓰고 있다. '본 핑크'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이 스포티파이 '톱 송 글로벌 주간 차트'에 한국 가수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블랙핑크의 정규 2집 선공개곡 '핑크 베놈(Pink Venom)'은 해당 차트에서 2위까지 올랐다. 블랙핑크는 2016년 8월8일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붐바야'를 내세운 싱글 '스퀘어 원(SQUARE ONE)'으로 데뷔했다. 화려한 외모로 대형 기획사 YG를 등에 업고 주목 받은 팀. 블랙핑크를 평가절하 할 때 등장하는 '단골 문구'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기 전까지 네 멤버 각자의 상당한 피·땀·눈물이 섞여 있었다.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최초 K팝 아티스트 다큐멘터리 '블랙핑크: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의 시청을 끝낸 순간, '셀럽 블랙핑크'가 아닌 인간 김제니(제니)·김지수(지수)·로제(박채영)·리사(라리사 마노반)를 톺아보게 된다. '소금. 산. 지방. 불'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던 한국계 미국인 캐롤라인 서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가장 많이 할애되는 건, 어린 시절 집을 떠난 멤버들의 마음이다. 다큐에서 로제가 집, 가족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연습생 생활을 쉽지 않았다. 멤버들은 매월 소속사 대표와 프로듀서 앞에서 개인·그룹평가를 받았다. 연습생 초반에는 '경쟁'에 몰두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핑크 멤버들은 연습생 생활을 긍정했다. 제니는 "K팝을 K팝답게 만드는 건 연습생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네 멤버가 어느 날부터 한 팀으로 움직이게 된 순간, 이들은 가족이 됐다. 블랙핑크 팀 이름은 가장 예쁜 색으로 통하는 핑크색을 살짝 부정하는 의미다. '예쁜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반전의 의미를 담았다. 반대로 검은색처럼 무대 위 강렬함을 뽐내지만 사랑스런 매력도 숨기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또 특별한 상품 앞에 '블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처럼 특별한 걸 그룹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블랙핑크 다섯 번째 멤버'라고 입을 모으는 YG의 간판 프로듀서인 테디 박은 '블랙핑크:세상을 밝혀라'에서 "블랙핑크는 유니크하며 다양한 문화의 결합"이라고 했다. 매체 노출이 극도로 적은 그는 블랙핑크를 위해 이 다큐에 출연했다. 양현석 프로듀서는 블랙핑크 론칭 당시 "예쁜 멤버들을 뽑았다고 음악까지 예쁘고 귀엽게 하고 싶진 않았다. YG의 스타일을 지켜가면서 다양한 색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가 가고 있는 길은 곧 K팝 걸그룹의 역사다. 그간 '빌보드 200'에선 2012년 그룹 '소녀시대'의 유닛그룹 '태티서'가 미니앨범 '트윙클'로 126위를 차지했고, 2014년 '2NE1의 '크러시'가 61위, 소녀시대 '미스터미스터'가 110위를 차지했다. 이후 한동안 해당 차트에서 K팝 걸그룹의 이름은 보이지 않다가 2018년 블랙핑크가 '스퀘어 업'으로 40위에 안착하면서 이 차트에서 K팝 걸그룹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빌보드200에서 '본 핑크'가 1위를 차지함에 따라 블랙핑크가 가는 길은 K팝 걸그룹뿐만 아니라 전체 걸그룹 역사가 됐다. 빌보드 전체 여성그룹으로 따지면, 이번 '빌보드 200' 1위는 2008년 4월5일 자에서 미국 그룹 '대니티 케인(Danity Kane)'이 '웰컴 투 더 돌하우스'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14년5개월 만이다. 또 2001년 팝 수퍼스타 비욘세 등이 속했던 미국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이후 21년 만에 미국과 영국 차트에서 동시에 1위에 거머쥔 여성 그룹이라는 기록도 썼다. 지난 6월엔 아시아 걸그룹 최초로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잡지 '롤링스톤'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전 세계 걸그룹 중에선 스파이스 걸스, 데스티니스 차일드에 이은 세 번째였다. 방탄소년단에게 팬덤 아미가 있다면 블랙핑크에겐 팬덤 블링크가 있다. 남성 팬뿐만 아니라 여성 팬도 상당수다. 미국의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세일럼 일리스도 블링크를 자처한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또 다른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고급스럽다는 것이다. 제니, 지수, 리사, 로제 네 멤버 모두 패셔니스타로 통한다. 각각 '인간 샤넬·디올·셀린느·생로랑'으로 불리며 명품 모델로 활약 중이다. '고급 백화점 1층 점령 걸그룹'으로도 통하는 이유다. 수많은 여성들이 따라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강렬한 음악과 이런 이미지들을 기반 삼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의 표출도 블랙핑크 인기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니가 방탄소년단 멤버 뷔(V)와 스캔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세계적인 그룹 멤버들의 열애설에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며 응원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정도 염문설에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이미 굳혔다는 것이다. 블랙핑크의 역사는 계속된다. 특히 유튜브에서 기록은 매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비영어권 아티스트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수 톱5'에 이름을 올린 이후 아리아나 그란데, 에미넘, 에드 시런, 마시멜로, 저스틴 비버 등 유명 팝스타들을 차례로 추월하며 전세계 아티스트 1위로 우뚝 섰다. 26일 기준 현재 8180만명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특히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의 경우 미국 빌보드 등 각종 글로벌 주요 차트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표곡 '뚜두뚜두(DDU-DU DDU-DU)' 뮤직비디오는 K팝 그룹 최초 20억뷰를 목전에 뒀다. 블랙핑크는 새로운 환경에서 앞서가는 팀이기도 하다. 지난달 말 열린 미국 주요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2022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ideo Music Awards·2022 MTV VMAs)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 MOBILE) 인게임 콘서트로 올해 신설된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최근 가상세계 콘서트가 잇따라 열리자, 현지 4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2022 MTV VMAs가 발 빠르게 도입한 부문이다. 최근엔 선한 영향력도 전파하고 있다. 'COP26'(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힘썼고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UN SDG 모먼트)에선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15~1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시작하는 새 월드투어 '본 핑크'로도 새 기록을 쓸 전망이다. 전 세계 150만명 동원을 예고하고 나섰다. 블랙핑크는 앞서 쟁쟁한 라이브 밴드들이 출연한 '2019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도 단연 주목 받았다. 또 앞으로 다양한 활동도 기대된다. 제니, 로제, 리사는 솔로곡으로도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제니는 배우 활동을 병행한다. 미국 케이블 채널 HBO 드라마 '디 아이돌(The Idol)' 촬영을 끝냈고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디 아이돌'은 캐나다 출신 팝 수퍼스타 위켄드와 HBO '유포리아'를 연출한 샘 레빈슨 감독이 공동 제작한다. 팝 아이돌의 꿈과 사랑 그리고 열정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위켄드를 비롯 미국과 프랑스 동시 국적의 배우 겸 모델 릴리 로즈 뎁,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호주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등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블랙핑크 멤버들은 다양한 활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