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악재 만난 수출 '역성장 덫' 빠지나…계속된 부진에 대응책 고심
6월 이후 수출 증가율 한 자릿수에 머물러'효자' 반도체 주춤·대중 수출 감소 '직격탄'러시아발 위기에 에너지 수입액은 '폭증'정부, 현장 점검·대응 논의 등 추진 예정
[세종=뉴시스]고은결 기자 = 우리 수출이 지난달까지 23개월 연속 간신히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대(對) 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나란히 줄어드는 가운데 역성장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여기에 에너지 수입액 급증에 따른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도 무려 반년째 이어져 경제 성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74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8% 늘어, 우리 수출은 2020년 11월 이후 23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앞서 지난달 관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9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9억58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남은 열흘 동안 플러스로 전환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이후 23개월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었는데도 지난달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수출이 주춤하면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넉 달 연속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5월 21.4%에서 6월 5.3%로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후 7월(9.2%), 8월(6.6%), 9월(2.8%)에도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2022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전년 대비 4.7%로 종전의 9.2%에서 4.5%포인트(p)나 낮췄다. 이런 전망치가 현실화된다면 지난해 수출 증가율 10.8%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되는 셈이다. 우리 수출은 중국의 경기 둔화, 전 세계 고물가 현상, 치솟는 환율, 반도체 공급 과잉 등이 맞물리며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대(對) 중국 수출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대중 무역수지는 5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수출액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중간재 산업이 성장하는 등 산업구조가 변화하며 제3국 수출용 중간재 수요가 줄고 있다. 이는 우리 수출에도 영향을 미쳐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7월까지 중국의 한국산 중간재 수입은 7.7% 증가했는데, 반도체를 제외하면 2.7%로 감소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수출이 많이 감소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제품 첨단화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든든한 효자 품목이던 반도체 수출도 부진에 빠졌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 8월 마이너스로 꺾이며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 세계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 업체의 구매력은 줄었는데, 그동안의 산업 활황으로 상당한 규모의 재고가 쌓여 가격 하락세까지 겹치고 있다. 수출이 주춤한 상황에서 무역적자를 키우는 높은 에너지 가격 수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지난해 9월(99억1000만 달러) 대비 81.2% 급증한 179억6000만 달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도 무려 6개월간 지속됐다. 이는 지난 1997년 5월 이후 약 25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당분간 높은 수출 증가율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4일 가동한 '수출현장지원단'과 오는 6일 예정된 '수출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수출 병목 현상을 유발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 국무총리 주재로 '무역투자전략회의'도 열고 시장·공급망·중소기업 등의 무역 리스크 요인 대응도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부는 에너지 수입액 감소를 위해 에너지 수요 절감과 효율 제고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의 10% 절감을 목표로 범국민 에너지 절약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공공요금의 가격 기능 정상화를 통해 '가격 신호'를 통한 수요 절감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전기·가스요금은 이달부터 나란히 추가 인상된 상황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현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민관 합동으로 수출 활성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총력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