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동남아 순방, 한미일 경제안보 강화·시진핑 소통…인-태전략 첫선
아세안·G20 정상회의 참석 캄보디아-인니 순방한미일 '프놈펜 성명' 北 도발 단호히 공동 대응尹, 美·日과 양자회담도 열어 IRA·과거사 등 논의첫 한중 정상회담 '협력' 의지 확인…北엔 온도차아세안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협력기금 2배 증액
◇한미-한미일-한일 릴레이 회담…북핵 공조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던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양자, 또는 3자 형식으로 연이어 만났다. 한미일 정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3자 정상회담을 가진 지 5개월 만에 다시 뭉친 것이다. 한미일 정상은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과시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와 그에 따른 긴장 고조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의 미사일과 핵위협에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은 지속적으로 도발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3국의 파트너십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국 정상은 '프놈펜 성명'을 채택해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을 확인하고,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경제안보대화체를 신설, 공급망 강화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등에서의 협력 의지도 확인하며 포괄적 분야에서의 연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45분간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과거사 문제 해결 의지도 확인했다. 양 정상은 과거사 문제 등 주요 현안이 외교 당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소통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3년 만의 한중 정상회담…"긴밀한 소통" 공감대 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을 계기로 미국, 일본과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순방 기간에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의 정상까지 모두 만나 양자회담을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로 자리를 옮긴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지난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회담이 열린 지 2년 11개월여 만이자, 윤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첫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견제 성격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칩4 동맹 등에 참여하고,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중국의 우려를 일축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보니 대중외교에 있어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양 정상은 고위급 대화 정례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1.5트랙 대화체제 구축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면서 관계 발전 의지를 다졌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했고, 시 주석은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달라고 희망했다. 윤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시 주석은 북한이 호응한다면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보조를 맞춘 한국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 중 하나'인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구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인-태 전략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가겠다는 3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포용과 신뢰와 호혜라는 3대 원칙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규칙에 기반하여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최초의 포괄적 지역 전략으로 외교 시야의 확장을 의미한다"며 "대외 정치 등 예측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며 외교적 활동 공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를 매도하거나 배척하려는 건 아니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발언이 중국을 겨냥한 거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특정 국가를 겨냥했다기보다는 일반론적 측면"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러한 '인-태 전략'을 바탕으로 제시한 '한-아세안 연대 구상'에는 외교당국 간 전략대화 활성화, 국방장관회의 정례화, 전기차 등 첨단 산업 협력, 기후변화 및 환경 분야 협력, 보건 분야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이 담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연간 2400만 달러(약 318억 4800만원) 수준의 '아세안 관련 협력기금'을 2027년까지 2배 수준인 4800만 달러 규모로 증액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과 아세안 간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기반도 다졌다. 윤 대통령은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정부·기업간 총 10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환담을 갖고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첨단 제조기술을 보유한 한국기업들이 풍부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육성하는 '메이킹 인도네시아 4.0'전략의 최적의 파트너"라며 "양국이 디지털 전환과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고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이 서로 강점을 살려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20 계기에 열린 비즈니스20(B20) 서밋 기조연설에서는 현재 직면한 복합적 위기의 원인이 공급에 있다고 진단하고, 그 해법을 민간 주도의 공급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리고 공급 혁신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 등 한국 정부의 선도적 움직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선도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