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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스토리]삼성을 위기로 내몬 낸드플래시란?

등록 2023-01-28 10:00:00   최종수정 2023-02-06 1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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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2.09.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미·중 갈등의 한 축은 '반도체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반도체 주도권 다툼이 뜨겁습니다. 글로벌 경제 패권의 중심은 더이상 석유가 아니라 반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4차 산업 혁명을 이끌 반도체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콘텐츠는 찾기 힘듭니다. 반도체 담당 기자들이 반도체 핵심 용어들을 쪼개고 이어 붙여, 독자 여러분께 '반도체'를 알기 쉽게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최근 반도체 업계에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적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초유의 경기 한파로 반도체 업계는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낸드 사업의 위기는 삼성전자 같은 초일류 기업마저 위기로 내모는 실정이다. 동시에 한국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내내 낸드 업황은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종이의 발명”에 비견…손톱 만한 칩에 영화 수천 편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플래시 메모리라고도 부른다.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현 키옥시아)가 1987년 낸드를 처음 상용화했다.

낸드는 오늘날 대부분 휴대용 저장장치에 들어간다. 소형화에 강점이 있어 USB메모리 스틱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내장 메모리, 디지털 카메라와 블랙박스에 들어가는 SD카드까지 대부분 기기의 저장장치를 만드는 데 쓰인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저장용량을 키우는데 성공하며 PC나 서버, 게임기 같은 영역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차세대 저장장치로 불리는, 이른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SSD는 자기 디스크와 기계식 모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HDD를 빠른 속도로 대체했다. 낸드 탄생을 '종이의 발명'에 비견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경쟁 치열한데 수요 둔화까지…가격 하락 ‘악순환’
낸드 시장이 급작스런 침체를 맞은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공급량 자체가 많아졌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공정 고도화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낸드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0년간 인텔, 히타치, 도시바, 마쓰시타, NEC, 르네사스 등이 업황 침체로 철수를 결정했는데도, 여전히 업체 수가 5개를 넘는다. 여기에 중국 YTMC도 가세하는 등 시장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낸드 수요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재고가 쌓이자, 업체간 할인 경쟁이 벌어지며 제품 가격이 급락하는 악순환이 나오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한 때 개당 4.81달러 수준이던 범용 제품 가격은 지난해 말까지 4.14달러로 14%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올 상반기에도 제품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낸드 장인’ 삼성전자도 두려운 한파
낸드 업황 부진으로 '낸드 장인' 삼성전자에도 한파가 몰아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20년 넘게 낸드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황 침체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반도체 시장 침체로, 한국 수출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도 삼성전자가 주목 받는 이유는 고비 때마다 보여준 시장 돌파 능력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거센 추격으로 지난 2001년 당시 업계 1위인 도시바가 삼성에 공동 개발을 제안한 것은 업계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이건희 선대 회장은 안정보다 도전을 택했다. 이른바 '자쿠로 미팅'이다.

최근 업황 둔화 위기로 경쟁사들이 감산을 결정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반도체 생산설비는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 때까지 천문학적인 금액과 시간 손실이 불가피하다. 반면 손실을 보더라도 한 고비 넘기고 나면 이후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낸드 플래시 2021∼2026년 연평균 성장률은 9.4%로, 같은 기간 반도체 업계 전체 성장률인 5.8%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5세대 통신,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터(HPC), 자율주행 등으로 낸드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들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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